ADVERTISEMENT

'아시아 첫 동메달' 김민석 "괴물로 가는 첫 걸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하. 저 시상식 세리머니 부터 다녀올게요. 여기로 가야 빠른데…"

[올림픽] 김민석, 꿈 같은 동메달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민석이 플라워 세리머니에 참석해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2018.2.13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림픽] 김민석, 꿈 같은 동메달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김민석이 플라워 세리머니에 참석해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2018.2.13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갑자기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민석(19·성남시청)이 나타났다. 그리고선 바로 믹스트존 펜스를 밀치고 나가려고 했다. 당황한 자원봉사자가 막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하다가 잽싸게 달려나갔다. 19세 빙속 괴물은 생애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김민석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김민석은 13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키얼트 나위스(네덜란드), 파트릭 루스트(네덜란드)에 이어 3위다. 아시아 선수가 겨울올림픽 빙속 남자 1500m에서 메달을 딴 것은 김민석이 처음이다.

[올림픽] 김민석 &#39;깜짝 동메달&#39;   (강릉=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딴 김민석이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2018.2.13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림픽] 김민석 &#39;깜짝 동메달&#39; (강릉=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3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딴 김민석이 힘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2018.2.13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민석은 전날 인코스에 배정을 받고 "인코스가 유리하다"며 펄쩍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리고 취재진과 만나 "내일 경기로 알려드리겠다"라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13일 결전의 날, 출발선에 선 김민석의 표정엔 긴장감이 보이지 않았다. 15조에서 뛴 김민석은 경기 초반 다소 느렸지만, 700m부터 스퍼트를 올려 중간 3위까지 올라섰다. 그는 경기 후 "700m 구간을 지나서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제 이름을 연호하면서 응원해줘서 힘이 났다. 경기하면서 내 이름이 이렇게 많이 들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뒤에 6명의 선수가 남아있었다. 특히 유력한 메달 후보인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2위 쿤 페르베이(네덜란드)를 비롯해 1500m 강자들이 있었기에 동메달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두 김민석의 기록에 못 미쳤다. 초조하게 코스 안쪽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김민석은 동메달이 확정되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펄쩍펄쩍 뛰었다.

김민석은 남자 1500m 다크호스로 꼽혔다. 지난해 2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 이벤트 겸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1분46초05의 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당시 세계 3위인 조이 맨티아(미국·1분46초70), 세계 5위 패트릭 로스트(네덜란드·1분46초16)를 뛰어넘었다. 당시 동메달을 땄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1분45초50)와 불과 0.55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후 김민석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그는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남자 1500m 우승을 차지하는 등 2관왕에 올랐다.

김민석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고무줄 몸무게'로 평창올림픽을 준비했다. 1500m가 주종목인 김민석은 올림픽을 앞두고 장거리 5000m에도 출전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약 7㎏의 몸무게를 감량해 68㎏으로 만들었다. 몸을 가볍게 만들어 지구력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발전 5000m에서 아쉽게 4위에 그쳐 장거리 종목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올림픽] 김민석, 내가 해냈다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한 김민석이 동메달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2018.2.13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림픽] 김민석, 내가 해냈다 (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3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한 김민석이 동메달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2018.2.13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민석은 실망하지 않고 이내 목표를 바꿨다. 중거리인 1500m에 집중하기 위해 파워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려면 다시 몸무게를 늘려야 했다. 2달 만에 4㎏을 찌워 72㎏으로 만들었다. 급격한 체중 변화는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김민석은 "자연스럽게 먹는 양을 늘려서 살이 찌워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강릉선수촌에 들어오면서 자전거를 가져와 매일 30분~1시간 정도 타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렇게 파워를 장착한 김민석은 올림픽 무대에서 멋지게 타올랐다.

김민석은 "정말 믿기지 않는 결과다. 남은 경기를 지켜보면서 계속 조마조마했다"며 "'빙속 괴물'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 진짜 괴물로 가는 발걸음을 내딛은 것 같다"고 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