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업주와 방관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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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일 서울장안동 동부병원201호실에 입원한 10대 근로자 서정덕군과 그의 동료공원들은 「두 종류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서군은 지난달 20일 새벽자신이 일하던 경기도구리시의 피혁공장 대원물산 기숙사에서 동료2명과 함께 도망쳤다. 임금체불과 혹독한 근로조건에 견딜 수 없어 다른 공장으로 옮긴 것이었다.
그러나 서군은 열흘만에 사장 김창섭씨와 관리직원 2명에게 현재 근무하는 공장숙직실에서 납치 당했다. 그리고는 구리공장 옥상으로 끌려가 발가벗긴 채로 가슴을 담뱃불로 지지고 각목과 채찍으로 전신을 구타한 뒤 실신하자 재단용 가위로 머리카락을 잘리는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유는 공원들을 빼내간다는 것이었다. 9시간동안이나 감금·폭행당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서군은 울먹이며 악덕기업주를 고발했다.
3년전 중학교를 마치고 충배제원군 고향에서 부푼 가슴을 안고 상경한 서군에게 서울은 더 이상 「꿈의 도시」가 아니었다. 임금체불과 구타와 욕설로 가득찬 「잔인한 도시」일 뿐이다.
그러나 서군과 동료근로자들에겐 또 하나의 공포가 있다. 『우리들이 물정을 알게되면서 조금만 반항하려고 하면 사장이 데리고 온 조경장이라는 형사가 「감방에 처넣겠다」며 위협 했어요.』사장은 인근 파출소를 「꽉 잡고」있었다.
사장은 구속됐으나 『고소를 취소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살기등등한 관리직원2명이 대원물산 사무실에 버젓이 있는데도 경찰은 이들을 「수배」만 하고 있었다.
세계노동자의 날인 1일. 「메이데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변두리 공장의 어린 근로자들은 「폭력기업주」와 「방관경찰」에게 가위눌리고 있었다.
『그들이 복수할까봐 무서워요.』<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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