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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김여정 면담 중 “北 가식 가만 안 둬” 펜스의 '트위터 외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매 특허인 ‘트외터 외교’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가세했다.  그는 한국에 머문 2박 3일(8~10일) 동안 대북 압박 메시지를 담은 트윗을 날리는 데 집중했다.

펜스 부통령이 10일 오후 올린 트위터. 북한의 '매력 공세'를 경계하는 내용이다. [펜스 부통령 트위터 캡쳐]

펜스 부통령이 10일 오후 올린 트위터. 북한의 '매력 공세'를 경계하는 내용이다. [펜스 부통령 트위터 캡쳐]

그는 방한 전부터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의 매력 공세(charm offensive) 효과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으로 워싱턴 조야의 신망이 두터운 그이지만, 한국에서 올린 트윗은 강경했다.

특히 트윗을 올린 타이밍이 절묘했다. 펜스 부통령은 10일 오후 1시38분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 대사가 폭스 뉴스와 인터뷰한 내용에 대한 의견을 트위터에 올렸다. 미국의 초강경 대북 매파인 볼턴 전 대사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방한한 의미에 대해 “교묘한 속임수(smoke and mirror)”라며 “북한이 이전에도 올림픽 때 보였던 행태로, 북한은 그러면서 계속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에 대해 “아주 좋은 지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선전과 가식이 전세계에 퍼지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가 이 트윗을 올린 시각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김여정을 만나고 있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접견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46분까지 진행됐다.

 전날에도 그는 개막식이 한창 진행되던 중에 대북 군사 옵션과 관련한 트윗을 올렸다. 문 대통령의 왼쪽 세번째 자리에 앉은 펜스 부통령은 오후 9시10분 자신이 미 NBC 방송과 한 인터뷰 내용을 트윗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군과 동맹들은 우리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행동을 할 완벽한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모든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가하면서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해 모든 군사적 옵션을 (유효한 방안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개막식 전 문 대통령이 주최한 사전 리셉션장에 들어갔지만,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는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5분만에 빠져나왔다. 리셉션장에 들어가기 직전 그는 탈북자들을 만난 소회를 트윗으로 전했다. “나와 카렌(부인)은 억압적인 북한 체제의 희생자들을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다시 일어선 이들을 존경한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둘러보고 탈북자들을 만났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며 기자 간담회도 두차례나 직접 했다. 그는 9일 천안함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있었던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빛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지만 실제 김여정 방남 등을 두고 보여지는 실제 이미지는 양국 간 의견 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정확히 지적했는데, 이는 올림픽 때마다 벌어지는 북한의 매력 공세”라며 “2006년 겨울 올림픽 때도 북한은 비슷한 모습을 보였지만, 8개월 뒤 1차 핵실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과 나는 과거의 실수를 되돌아보고 이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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