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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글로벌 경쟁력 위대한 브랜드, 직원 공정하게 대하고 약자 도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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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호 14면

해외 두 석학의 삼성에 대한 제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나면서 삼성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스피드 경영’의 부활을 시사했다. 스피드 경영은 이건희 회장이 임직원에게 강조했던 경영 철학이다. 5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 기회를 선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오너 부재로 미뤄졌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 석방 이틀 뒤인 7일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최대 3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자동차 전장 부문을 중심으로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삼성그룹을 연구하는 해외 석학들에게 삼성의 현재 과제와 미래 대비책에 관해 들어봤다.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발달로 세계는 투명해지고 있다. 소비자와 투자자는 기업이 사회적, 윤리적으로 책임감있게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는 기업이 좋은 시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을 공정하게 대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사회적 약자를 도와줘야 한다.”

케빈 레인 켈러 미 다트머스대 교수 #스마트폰·가전, 미디어·엔터와 연관 #두 분야서 새 사업 추가할 수 있을 것 #기업의 말·행동 광범위하게 노출 #규범 지키지 않으면 무너질 수도

케빈 레인 켈러(사진)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9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가는 삼성의 행보에 대해 “이미 경쟁 기업과 소비자로부터 ‘시장 주도 기업’으로 검증받았기 때문에 현재 머물고 있는 분야를 뛰어넘어 폭넓은 상품 카테고리에 새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켈러 교수는 삼성을 연구하고 삼성에 대해 강의하는 대표적인 미국 경영학자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삼성이 주도하는 스마트폰과 소비자 가전은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와 연관있다. 자연히 두 분야에서 삼성이 새로운 사업을 추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디자인’과 ‘고품질 제품’이라는 삼성의 브랜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분야에서 새 시장과 상품을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경쟁사보다 고객에게 혜택과 만족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은 뭔가.
“위대한 브랜드, 그 중심에 있는 위대한 상품과 서비스가 경쟁력이다. 끊임없는 혁신과 디자인 경영을 통해 이를 이뤄냈다. 삼성 디자인은 현대적이고 매력적일 뿐 아니라 소비자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똑똑한 기능도 겸비했다. 이런 기업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 많은 상품이 하나같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는 이유다.”
강력한 브랜드는 신성장 동력 확보에 도움이 되나.
“삼성은 좋은 디자인, 고품질 상품과 함께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강력한 브랜드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특히 중요하다. 전문성, 신뢰, 호감은 기업 공신력을 구성하는 세 축이다. 브랜드 신뢰도가 높으면 소비자는 기존 제품에 대한 충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시도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삼성 수뇌부가 형사 재판을 받는 것이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 분야 학자들도 판단하기 어려워 하는 것 같다. 한국 기업 운영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글로벌 경영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업 관행, 정부 규제, 법제도는 국가마다 편차가 크다.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뇌물이나 사업상 부정 행위는 결코 가볍게 다룰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한국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폴크스바겐 사태와 달리 삼성은 실적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기업의 행위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홈그라운드 소비자일 것이다. 미국은 거리가 멀어 실질적인 영향이 없었다. 또 삼성 사태는 폴크스바겐이나 우버와는 다르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제조 과정에서 교묘한 속임수를 써서 소유주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소비자는 불법행위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볼 때 언짢게 생각한다. 삼성 사태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 기업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지금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과거보다 기업의 말과 행동을 폭넓게 노출시킨다. 규범을 지키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 불만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 이번 사례가 한국 기업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를 확보하는 동기가 되지 않을까.”
삼성이 소극적인 사이 경쟁사들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생명공학,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적극 투자했는데.
“일일히 경쟁 기업 상품이나 시장을 따라가거나 대응할 필요는 없다.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투자는 말 그대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베팅이다. 구글 글래스처럼 실패한 벤처 프로젝트도 나온다. 중요한 건 연구개발(R&D) 투자다.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자·연구자에게 경쟁사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삼성의 R&D에 대한 접근방식이 유연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도전 과제는.
“가장 큰 도전은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성을 잃지 않으며, 앞으로 전진하되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훌륭한 기업도 실패를 겪었다. 나이키, 스타벅스, 애플 같은 쟁쟁한 기업도 한 때 길을 잃어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겼다. 시장 지위를 되찾았지만,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조직 내·외 위험을 극복하는 일은 도전이다.”
삼성의 성공은 지속될까.
“삼성의 미래를 매우 낙관한다. 삼성의 성공은 21세기 최고의 기업 성공 스토리 중 하나다.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25년간 이어진 혁신은 눈부시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있는가에 달렸다. 삼성은 분명 이런 능력이 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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