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감독들 '박진만 탐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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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이치로의 도루를 막기 위해 2루 커버에 들어간 박진만. [샌디에이고 AP=연합뉴스]

환상적인 수비로 한국의 내야를 지킨 유격수 박진만(삼성)이 세계 야구의 중심 미국에서 스타로 떴다. 박진만은 예선부터 4강전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는 수비로 한국의 연승 행진에 힘을 더했다. 중요한 장면일수록 그의 수비가 빛났다.

1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에서는 9회 2사 1, 3루 위기에서 친치야오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하며 잡아내 승리를 지켰다. 미국과의 2라운드 2차전에서는 6-1로 앞선 5회 초 1사 1, 2루 위기에서 치퍼 존스의 강한 타구를 잡아낸 뒤 주저앉으며 2루로 송구, 더블플레이를 성공시켰다.

일본과의 4강전에서도 박진만의 마술 같은 수비는 계속됐다. 2회 초 일본 선두타자 다무라가 친 유격수 쪽 깊은 땅볼은 내야 안타가 될 것 같았지만 역동작으로 공을 잡은 박진만이 빠른 송구로 아웃시켰다. 6회 스즈키 이치로의 중전 안타성 타구 역시 날쌔게 낚아챈 박진만이 러닝 스로, 발 빠른 이치로마저 잡아냈다.

ESPN은 박진만의 플레이를 몇 번씩이나 다시 보여주며 "한국 같은 팀을 본 적이 없다. 수비수들은 언제나 공이 지나는 자리에 서 있다"고 감탄했다. 박진만의 수비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와 비교하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상대팀 감독들의 칭찬도 대단하다. 파퀸 에스트라다 멕시코 감독은 "한국의 유격수는 모든 타구를 다 잡아낼 수 있는 선수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 벅 마르티네스 감독도 14일 한국에 패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유격수 수비가 특히 돋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진만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보여준 수비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수비가 좋은 유격수를 찾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이라면 당연히 군침을 흘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진만의 타격은 메이저리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4강전까지 21타수 4안타, 타율이 0.190에 불과했고 2루타 이상의 장타도 없었다. 박진만을 탐내는 팀들은 그의 타격 기록을 들여다보며 고민할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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