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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진객’ 두루미 낙원 된 연천 민통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내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 월동지가 ‘두루미 천국’을 이루고 있다. 이석우 의양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6일 “지난 1일 경남과학기술대 이수동 교수팀과 공동조사 결과 두루미 374마리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387마리, 멸종위기종 시베리아흰두루미 2마리 등 두루미 763마리의 월동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는 예년 겨울 300∼400여 마리의 두루미가 빙애여울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두루미는 번식지이면서 서식지인 시베리아에서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월동을 위해 날아와 다음 달 말까지 머문다.

빙애여울에 700여마리 월동 확인 #한겨울에도 얼지 않고 먹이 풍부 #신분증 지참하면 탐조 여행 가능

이 대표는 “요즘 상서로운 조류의 상징이기도 한 학(두루미) 수백 마리가 하늘과 빙애여울을 메우다시피 하고 집단 비행까지 선보이고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빙애여울은 깊이가 10~30㎝로 얕고 물살도 빨라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강이어서 천혜의 두루미 월동지가 되고 있다. 두루미는 강가에서 다슬기와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살쾡이 등 천적을 피해 잠도 잔다.

연천 임진강 빙애여울에서 최근 발견된 멸종위기종인 시베리아흰두루미. [사진 의양동환경운동연합]

연천 임진강 빙애여울에서 최근 발견된 멸종위기종인 시베리아흰두루미. [사진 의양동환경운동연합]

이수동 교수는 “이번 겨울에는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인 시베리아흰두루미 2마리도 두루미 무리에 섞여 월동 중”이라며 “검은색의 날개깃을 제외하고 몸이 거의 하얀색인 시베리아흰두루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주변엔 망원경이 갖춰진 두루미 관찰 데크 2곳도 마련돼 있다. 민통선 내 도로에서 불과 300여 m 거리에서 눈으로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다. 이종만 연천군의회 의장은 “빙애여울은 민통선 지역 두루미 생태관광에 더해 태풍전망대에 올라 북한 최전방 지역을 조망하는 안보관광까지 겸하기에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두루미 집단 월동지

두루미 집단 월동지

빙애여울 하류의 군남댐을 관리하는 K워터(한국수자원공사) 군남운영센터 관계자는 “겨울철 물 부족 해소를 위해 총 저수량(7160만t)의 20%(1430만t)를 담수할 계획이었지만 빙애여울을 살리기 위해 두루미가 월동지를 떠나기 시작하는 다음 달 중순까지 5.6%인 400만t만 담수하고, 두루미 먹이 주기 활동도 한 달에 두 차례(벼 800㎏, 율무 400㎏) 씩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강 빙애여울 일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민통선 내로 들어가야 하기에 군부대 초소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신분확인을 거쳐야 한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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