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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조희진·임은정·안미현'…개혁 전면에 나선 女검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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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중앙포토]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중앙포토]

 서지현(45ㆍ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촉발된 검찰 내부의 개혁 움직임에 여성 검사들이 앞장서고 있다.
 진상규명을 맡은 조희진(56ㆍ19기) 서울동부지검장과 소속 검사들, 추가 폭로전을 펼치고 있는 임은정(44ㆍ30기) 검사는 물론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39ㆍ41기) 검사까지 모두 여성이다. 지금까지 검찰 내 굵직한 이슈 중심에 대부분 남성들이 자리했던 것과 대비된다.

‘성범죄 특화’ 女검사 6명에 男검사 1명이 진상조사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 동부지검장. [뉴스1]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 동부지검장. [뉴스1]

지난 1일 출범한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피해 회복 조사단’은 전체 인원 7명 중 6명이 모두 여성 검사로 채워졌다. 성범죄 조사의 특수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지휘봉을 잡은 조 지검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법무부 과장, 차장검사, 지청장 등 그가 가는 곳마다 모두 ‘여성 1호’ 기록이 붙었다. 2013년엔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차관급)이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문무일 현 총장과 나란히 신임 총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부단장인 황은영(52ㆍ26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도 성범죄 수사에 일가견이 있다. 법무부 인권정책과 검사·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을 역임했다. 실무를 주도하는 박현주(47ㆍ31기)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2016년 6월 공인전문검사 인증(블랙벨트)을 받은 성폭력 분야 전문검사로 꼽힌다. 아직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검사 3명과 남성검사 1명도 성범죄 수사에 특화된 전문가들이라고 한다.

”조희진 사퇴“ 외치는 임은정 검사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검사는 조 단장에게 '단장직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2016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한 검찰 간부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자, 조 검사장이 ‘글을 당장 내리라’ ‘정신과 치료를 받아라’ 등의 폭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5일 검찰 내부 통신망(이프로스)에 9페이지 가량의 글을 올려 자신이 받았던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추가 폭로하기도 했다. 이 글에서 임 검사는 2003년 5월 경주지청 근무와 2005년 부산지검 근무 당시 상관으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적었다. 이후 수사 지휘권이 없는 공판부에 배치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수많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 ‘항명검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7년 광주인화학교 청각장애인 성폭력 사건인 ‘도가니 사건’의 1심 검사로 대중에 처음 알려졌다. 2012년 민청학련 재심 때는 법원의 판결에 맡기는 이른바 ‘백지구형’을 하라는 상급자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징계를 받았다가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강원랜드 수사 외압" 폭로한 안미현 검사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 [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을 받았다며 폭로 대열에 합세했다. 안 검사는 4일 한 방송에 출연해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갑자기 수사를 조기 종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또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모 고검장, 최 전 사장 측근 사이에 많은 연락이 오간 정황에 비춰 수사에 정치권과 검찰 수뇌부의 개입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제주지방검찰청. [연합뉴스]

제주지방검찰청. [연합뉴스]

지난해 지방검찰청 서열 1, 2위인 검사장과 차장검사에 대해 "절차를 어겼다"며 대검에 감찰을 요청한 제주지검 진모(42·34기) 검사도 있다. 지난해 6월 김한수 당시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진 검사가 법원에 낸 사기 혐의 사건 피의자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를 몰래 회수했다가 들통났다.

진 검사가 당시 '이프로스'에 검찰 지휘부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퍼졌다. 대검 감찰 결과 당시 이석환 전 제주지검장이 ‘영장 청구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오해가 생겨 영장 청구서가 법원에 들어갔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김 차장검사가 30분 만에 영장을 회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호진ㆍ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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