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독감·식중독 바이러스, 패혈증 균 … 손톱 밑, 손가락 사이사이 숨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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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감염병이 퍼지기 쉬운 계절이다. 2월까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고 식중독의 원인인 노로 바이러스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때 손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요 매개체다. 각종 세균·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전파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손 씻기를 ‘셀프백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손 씻기는 남녀노소 모두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감염병 예방 기본 수칙이다. 30초면 충분하다. 손만 잘 씻어도 여러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셀프백신’ 손 씻기 #손 모든 표면에 충분히 비누칠 #15~30초간 문지른 뒤 헹구고 #일회용 타월로 닦아야 효과적

손을 잘 씻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독감·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독감·감기 바이러스의 경우 침에 섞여서 말하거나 재채기를 할 때 전파된다고 알고 있지만 손을 통해 감염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손에 묻은 독감 바이러스는 엘리베이터의 버튼, 문 손잡이를 만지거나 악수를 하면서 최대 여섯 명에게 전파된다(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지, 2016). 미국 CDC에 따르면 손 씻기를 잘하면 호흡기 질환 감염률을 21%포인트 낮출 수 있다.

침보다 손 통한 감기 감염 더 많아

둘째는 식중독이다.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겨울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노로 바이러스는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살아남는다. 배변 후 손을 안 씻을 때 문제가 된다. 손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이나 노로 바이러스가 남는다. 이때 손을 잘 씻으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신종플루가 유행해 전국적으로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던 2009년엔 식중독 환자가 228명으로 전년(354명)보다 35.6% 줄었다.

 셋째, 입원 환자에게 일어나는 감염이다. 의료진뿐 아니라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손을 씻지 않으면 환자는 다양한 균에 노출된다. 실제로 환자에게 패혈증을 옮기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환자는 대부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균에 감염되면 병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손 씻기의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손 씻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은 손을 씻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3명 중 1명은 손을 제대로 씻지 않았다. 독감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손 씻기 실태도 불량했다. 2명 중 1명은 식사 전 비누를 사용해 손을 씻지 않았다. 이들이 손 씻기를 간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습관이 안 돼서’(31.4%)였다.

10명 중 6명이 제대로 안 씻어

제대로 손 씻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문제다. 비누칠을 하지 않고 물로만 5초 내에 씻는 경우가 많다. 비누칠을 하더라도 구석구석 문지르지 않으면 세균이 그대로 남는다. 특히 엄지손가락, 손톱 밑, 손가락 사이, 손바닥의 주름 사이가 사각지대다. 앞서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도 손톱 밑까지 씻는 사람은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손바닥만 씻었다. 질병관리본부 조은희 감염병관리과장은 “손을 씻은 후에도 엄지손가락, 손가락 끝, 손톱 밑에 세균이 많았다”고 말했다.

 손을 제대로 씻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달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김홍빈 교수의 ‘손 위생’ 보고서에 따르면 ▶손의 모든 표면에 비누칠을 충분히 하고 ▶15~30초간 문지른 후 ▶흐르는 물에 헹구고 ▶일회용 타월로 닦은 다음 ▶사용한 타월로 수도꼭지를 잠그면 된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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