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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계획 없이 쓰면 ‘폭망’… 5회 안에 가장 센 ‘떡밥’ 던져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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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20면

웹소설 직접 써보니

‘관심 0, 조회수 27회’

환생 소재 로맨스·판타지가 인기 #결말은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해야 #최소 10회 이상 분량 확보 뒤 시작

웹소설 생태계를 살피려고 직접 써 본 웹소설 ‘순수 정략결혼’의 1회 성적이다. 올린 뒤 24시간 동안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셈이다. 다음날 2회를 올리자 조회수는 55회로 올랐지만, 여전히 악플조차 없었다. 수십만 편에 달하는 ‘망작(망한 작품)’ 대열에 낀 것이다. 네이버 웹소설의 아마추어리그인 ‘챌린지 리그’엔 이런 시도를 하는 작가가 28만 명이 넘는다. 기본적인 맞춤법이나 사건의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작품이 높은 조회수를 올리는 것을 보고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치밀한 계획과 각오 없이는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크다. 첫 5회 안에 가장 센 ‘떡밥’을 던질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다.

높은 조회수를 올린 웹소설은 대부분 로맨스나 로맨스 판타지다. 요즘 인기 있는 키워드는 장르를 막론하고 환생이다. ‘황제의 외동딸’을 비롯해 최근 주목을 받는 ‘쉬고 싶은 레이디’(유인), ‘전생의 프로가 꿀 빠는 법’(송수하) 등이 대표적이다. 로맨스 웹소설 주인공은 대기업 후계자 혹은 매우 유능한 상사와 평범한 여성이 가장 많고, 가장 많이 읽힌다. 여성 작가가 쓴 작품도 대부분 남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폭력에 가까운 성애 장면, 욕설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도저히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하면 웹소설 작가 도전은 보류해야 한다.

빨리, 많이 쓰는 것도 웹소설 작가의 미덕이다.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를 쓴 김휘빈 작가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는 통상 1시간에 1000자 이상을 쓰고 3일 만에 한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 1회에 3000~5000자에 달하는 작품을 거의 매일 업데이트해야 한다. 시작할 때 1회만 올라오는 웹소설은 거의 없다. 통상 10회 이상을 ‘깔아 놓고’ 시작한다. 이어 읽을 독자를 잡기 위해서는 1회, 최소 5회 내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1회가 재밌더라도 이어 읽을 회차가 없으면 관심은 이내 사라진다. 치밀한 복선과 같은 기존 장르 소설의 미덕은 시도하지 않는 편이 좋다. 또 결말은 반드시 해피엔딩이라야 한다. 할리퀸 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가는 로맨스 장르의 오랜 특성이기도 하지만, 웹소설 독자는 특히 슬픈 결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간이 별로 없는 사람이 주 독자층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의자에 앉아 집중 독서를 하는 독자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읽을거리를 찾는 대중이다. 시간이 없으니 아름다운 문장이나 복잡한 설정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웹소설의 문장이 단순하고 어려운 용어는 거의 쓰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미문보다는 유행어나 인기 드라마 얘기를 넣는 편이 흥행에 보탬이 된다.

아마추어 연재 플랫폼 선정도 신중해야 한다. 아마추어 작가가 글을 올릴 수 있도록 개방한 사이트는 네이버 웹소설의 챌린지리그와 문피아·로망띠끄·조아라·북팔 등이 유명하다. 쓰려는 장르에 따라 애독자가 많은 사이트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로망티크는 성인용 로맨스가 많이 올라온다. 문피아는 무협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무협이 가미된 판타지 웹소설이 강세다. 조아라는 로맨스 판타지 작품이 많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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