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4년 중임 무게 뒀지만 … 개헌, 이념 충돌 비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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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더불어민주당은 2일 권력구조 개헌과 관련해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한다”는 당론을 결정했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한 2차 개헌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사이에선 4년 대통령 중임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그러나 4년 중임제를 못 박진 않기로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대통령제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개헌 시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한다는 것은 4년 중임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헌 의총서 “대통령제 근간” 당론 #야당과 협상 고려 결론은 안 내려 #경제민주화 등 진보 어젠다 강조 #한국당 “사회주의로 가나” 반발 #헌법서 자유 삭제 소동도 논란

민주당이 사실상 ‘4년 중임제’로 기운 상황 속에서도 결론은 내리지 않은 건 야당과의 협상을 고려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어떤 개헌안도 논의할 수 있고 추가하거나 덜어낼 수 있다. 여야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4년 중임제’보단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지난달 29일 의원연찬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분권 개헌으로 문재인 관제 개헌을 분쇄한다”는 결의문까지 채택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민주당 개헌안은 속임수 개헌안”이라며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 등 정부의 형태를 말해야 하는데 난데없는 4년 중임제를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개헌 협상이 본격화되더라도 여야 간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헌법 전문에 ‘촛불시민혁명’ 등을 명시하고 경제민주화 개념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진보적 어젠다를 들고 나오면서 개헌 협상이 이념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전날 민주당이 제윤경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4시간 만에 “현행 유지”로 정정한 것을 놓고도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설문조사에서 70명 이상이 ‘자유’의 삭제를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의총 논의 초반에 더 넓은 의미를 담기 위해 삭제하자는 의견이 나온 건 사실이지만 나중에 빼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다만 제 원내대변인이 중간에 자리를 뜨는 바람에 최종 결론을 못 듣고 브리핑을 해 착오가 생겼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대한민국 기본질서를 삭제하자고 해놓고 해프닝으로 마무리하는 건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대변인 한 사람을 바보 만들면서 국민 여론을 떠봤다면 대단히 불손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개헌안을 당이 얼마나 가볍게 봤으면 대변인이 다 듣지도 않고 발표를 한단 말이냐”며 “인터넷으로 보도가 나간 지 4시간 뒤에야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것도 석연찮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단골 레퍼토리인 ‘사회적 경제’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등을 헌법에 명시하기로 한 것도 야당은 문제를 삼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개헌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사회주의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이 정권의 실체를 알게 돼 앞으로 급속히 민심이 떠날 것”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 동시에 개헌하자는 것은 모든 이슈를 개헌에 집중시켜 자신들의 실정을 감추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주장했다.

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만들어진 지지율 거품이 사라지기 전에 (민주당이) 지방선거 끼워팔기식 개헌을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환·김준영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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