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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지금, 여기서 돌아본 ‘모세 십계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못한
‘십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김진호 외 9인 지음
글항아리

‘십계’는 모세가 신으로부터 받았다는 돌판에 새겨진 열 개의 계명이다. 구약시대에는 유대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다. 이민족과의 전쟁 속에서 유대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주문이기도 했다. 과연 그게 다일까.

이 책의 저자는 열 명이다. ‘십계’의 계명 하나씩을 골라 더 본질적이거나, 더 인문학적이거나, 더 동시대적인 고찰을 시도한다. 그래서 책 제목에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 되지 못한’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2012년 신앙인 아카데미와 우리신학연구소(가톨릭),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개신교) 등 세 단체가 진행한 공동 강좌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가 책 출간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첫 계명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를 다루며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하나의 신’에 담긴 의미를 파고든다. 그는 “많은 기독교인이 야훼(주님)가 한 분이라고 할 때, 그 ‘하나’의 의미를 성찰하지 않고 그저 수량적으로만 이해하면서 제1계명이 수많은 오해와 갈등의 진원지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십계’를 맹목적 복종을 요구하는 엄격한 율법의 울타리에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 나라’를 더 깊이 알아가기 위한 숙고와 성찰의 통로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신이 하나다’라고 할 때의 하나는 전체를 의미하며, 신은 모든 곳에 있다는 ‘내재적 초월’ 혹은 ‘초월적 내재’의 뜻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기독교인의 생각처럼 나와 너를 나누는 배타적이고 이분법적인 의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살인하지 말라’(제5계명)에서는 사회적 절망과 자살 문제를 다루고, ‘간음하지 말라’(제6계명)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시대정신을 논한다. 열 개의 눈으로 열 개의 계명을 다루는 방식이 다채롭다. 하지만 하나의 눈을 통한 관통이란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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