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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던지지 마’…민주당·한국당, 제1당 사수·탈환 비상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 출마 희망자가 속출하면서 의석수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수는 각각 121석과 117석이다. 지방선거에 나가겠다고 여러 의원들이 의원직을 던질 경우 제1당과 제2당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다수당인 민주당이 맡고 있는 국회의장을 한국당이 가져갈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지방선거 기호도 달라질 수 있다. 기호는 국회의원 의석수에 따라 배정되는 까닭이다.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을 동시에 뽑는 지방선거에서 기호 1번이 주는 프리미엄이 상당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지난달 19일 추미애(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달 19일 추미애(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31일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 열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시·도당 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 당규에 따라 지방선거 출마자는 2월 13일까지 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평창 겨울 올림픽에 당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사퇴를 원하더라도 올림픽 개막(2월 9일) 이후로 사퇴 시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춘석 사무총장의 보고에 대해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이날 각 시·도당 위원장에게 공문이 발송된 이후 이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평창 올림픽에 지도부가 참가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몇몇 의결할 사안도 있어서 시·도당 위원장이 공석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현역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를 우회적으로 만류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으로서는 제1당을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며 “그런 뜻도 담아서 최고위에서 논의가 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현역 의원 출마 문제와는 상관 없이 보낸 공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당 지도부로서는 다른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있다면 현역 의원이 출마하는 건 자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에서는 보다 노골적으로 현역 의원의 출마를 막으려 하고 있다. 현역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한 뒤 후보자 경선에 나설 경우 감점을 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김영진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사퇴하고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가는 건 금지”라고 밝혔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임기를 4분의 3 이상을 마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가 경선에 참여하는 경우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10%를 감산한다’는 당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자 지방선거 출마를 노리던 의원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사석에선 지도부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출마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한 의원은 “우리가 하루 이틀 정치하는 것도 아니고 당 사정을 고려하면서 출마를 결정할텐데, 이렇게 미리 공개적으로 막아서는 건 너무하다”며 “나중에 실제 현역 의원의 출마가 필요하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말했다. 경기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경쟁하게 될 전해철 의원도 최근 이같은 지도부의 방침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있다. 왼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중앙포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있다. 왼쪽은 김성태 원내대표. [중앙포토]

현역 의원이 금배지를 내놓을까봐 전전긍긍하는 건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후보가 되기 전에 사퇴하겠다는 것은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서라고 보여지는데, 그러면 같이 출마한 다른 국회의원들도 사퇴를 할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보궐선거 러시가 온다”며 “당을 위해서 자중하라. 안 그래도 어려운 당인데 후보들마저 당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적었다. 한국당의 지지세가 강한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소속 의원들을 겨냥한 경고였다.

그러자 이튿날인 31일 이철우 의원은 홍 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했다. ‘당내 후보자 경선 전 의원직 사퇴’를 공언해 오던 그는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 1석이 매우 중요하다. 경선 전에 의원직을 사퇴하면 경쟁 의원들의 사퇴가 우려된다’고 했다”며 “선당후사 정신으로 (경선 전 의원직 사퇴를)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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