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목발 탈북자 향해 “북 정권이 겁내는 진실 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에 참석한 오토 웜비어 부모(왼쪽 위)와 탈북자 지성호씨(오른쪽 목발 든 사람).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에 참석한 오토 웜비어 부모(왼쪽 위)와 탈북자 지성호씨(오른쪽 목발 든 사람).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국정연설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했다. 그는 북한과 함께 이란·쿠바 등을 적으로 규정했지만 북한 비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과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식량 구하려다 한쪽 팔·다리 잃어 #“그의 희생이 우리 모두에게 영감” #웜비어도 언급, 북 인권 집중 거론 #“북 정권 타락상 보면 핵 위협 이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미 본토를 조만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에 당면한 중대한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거론하진 않았다. 예상대로 절제된 용어를 사용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설명했다.

관련기사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과거 경험에서 우리에게 안주와 양보는 단지 침략과 도발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나는 우리를 이런 위험에 빠뜨린 과거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북핵 문제를 방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진단이다. 최근 대북제재 등 강력한 압박이 서서히 효과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북한의 숨통을 죄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대북 압박은 북한 인권 문제로 이어졌다. 특히 인권 문제에선 구체적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직후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탈북자 지성호씨에 대해 언급했다. 웜비어는 북한 관광을 갔다가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었다. 나중에 풀려났지만 미국으로 돌아온 직후 사망했다. 트럼프는 연설장에 초청된 웜비어 부모를 비롯한 그의 가족도 소개했다.

지성호씨와 관련해선 “1996년 북한에서 굶주림에 시달렸던 북한 소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식량과 바꾸기 위해 석탄을 훔치다 사고로 (한쪽 팔·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됐으며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며 “그의 스토리는 자유를 원하는 모든 인간의 열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씨를 “북한 정권의 목격자”라 지칭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씨의 삶을 소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지씨에 대해 “다른 탈북자들을 구출하고 방송을 통해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을 알리고 있다”며 “그의 희생이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는 찬사도 보냈다.

북핵과 인권 문제를 거론한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안이 별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타락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에 가해질 수 있는 핵 위협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인권 실상을 본 미 국민이 ‘북한에는 군사 공격을 해도 타당하겠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의도에 포함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핵 전력 강화도 역설했다. “전 세계에서 우리는 불량 정권과 테러 그룹, 우리의 이익과 경제, 가치에 도전하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들에 직면해 있다”며 핵무기를 거론했다. 이어 “이들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가공할 힘이 우리의 방어를 위해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며 핵무기 현대화와 재구축 방침을 밝혔다.

홍주희·임주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