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본고장에 태극기 꽂아" '3월의 전설' LA에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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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한국에서뿐 아니라 미국의 동포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교포들이 태극기를 흔들면서 응원하고 있다. 아래는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한류축제 '뮤직 코리아' 출연을 위해 LA를 방문했다가 야구장을 찾은 김수로(가운데)와 MC몽(오른쪽)이 8회 초 한국이 2점을 내자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는 모습. 애너하임=LA지사 백종춘 기자

15일(현지시간) 미국 한인사회의 눈과 귀는 한.일전 경기가 펼쳐지는 남가주 애너하임 구장에 쏠렸다. 선수들의 한 동작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미국 동포들은 한국 대표팀이 4강을 확정 짓는 순간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이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민족적 동질감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교민들은 이날 모두가 '코리안'으로 하나가 됐다.

○…교민들은 LA코리아타운 식당과 술집에서 함께 어울려 응원전을 폈다. 이종범 선수가 2루타를 쳐 승기를 잡자 "이젠 이겼다, 4강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팜트리 식당에서는 승리를 결정 짓는 순간 TV를 시청하던 교민들이 일제히 일어나 "만세, 코리아 파이팅, 코리아 원더풀" 등을 외쳤다.

일부는 홀을 휘젓고 다니며 모르는 손님들과 서로 얼싸안기도 했다. '큰가마 설렁탕'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종성(37)씨는 "9회 말 일본이 홈런을 날린 뒤 역전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며 "이렇게 감격스러운 순간은 4년 전 월드컵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LA에서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 ESPN 방송을 통해 경기가 중계된 탓에 이 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많은 동포가 라디오로 경기를 청취했다. 동포 언론사인 '라디오 코리아'를 통해 귀를 기울였던 많은 동포는 "30년 전 한국에서 라디오로 야구.권투 중계를 듣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라디오 중계가 더 박진감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동포들은 코리아타운 곳곳의 주점에서 축하 술잔을 기울이며 밤새도록 자축 열기를 이어갔다. 일부 교민은 "야구 본고장에 태극기를 꽂았다"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이번주는 미주 한인역사상 최대의 한류 축제인 '파워 코리아' 행사가 중앙일보 주최로 열리고 있다. 교민들은 "미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기에 야구가 불을 댕겨 줬다"며 "이민 생활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뮤직 코리아' 출연을 위해 LA를 방문한 영화배우 김수로씨와 가수 MC몽 등 한국 연예인들도 애너하임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김씨는 한국팀이 승기를 잡자 '꼭짓점 댄스'를 추기도 했다.

○…애너하임 구장의 4분의 3을 채운 한인 응원단의 열정적 응원은 독점 중계방송사와 AP 등 미국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 ESPN은 경기 장면 중간중간에 한인 응원단의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모습을 비췄다. 3층 3루 쪽 관람석에 있던 LA삼성장로교회 중.고등부 학생 8명은 추운 날씨에도 윗옷을 벗고 가슴에 코리아와 태극기를 칠한 채 응원했다. 한국 대표팀이 연승을 거듭하자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던 동포 여성들의 야구 지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여성들이 남편과 남자 친구들에게 경기 규칙을 물어보며 야구를 함께 즐기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LA지사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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