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신화' 국내에선… "야구 때문에 살맛 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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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제일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16일 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보며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광주일고는 이번 WBC 대회에 출전해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선동렬 코치·이종범·최희섭·김병현·서재응 선수 등을 배출했다. [광주=연합뉴스]

"와, 대한민국 만세!"

16일 오후 2시53분. 한국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묵직한 직구에 일본의 다무라가 헛스윙을 했다. 삼진 아웃. 한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행을 확정 짓는 순간 전국에 일제히 환성이 울려퍼졌다.

5일에 이어 일본과 숙명의 재대결을 벌인 이날 정오 역.터미널.식당 등 곳곳에선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TV 앞으로 몰렸다. 시민들은 "한.일 월드컵의 감격이 되살아났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곳곳에서 '대~한민국'=오후 2시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1층 대합실. 이곳에 설치된 6대의 대형 TV 앞에는 100여 명씩의 시민이 모였다. 의자를 차지하지 못한 시민들은 바닥에 아예 주저앉거나 짐보따리를 든 채 TV 화면을 지켜봤다. 9회 말 일본이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따라붙자 대합실에는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결국 2 대 1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승리 후 선수들이 태극기를 마운드에 꽂는 장면에선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김안국(58)씨는 "강대국인 미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세계 4강에 올랐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같은 시각 서울 서강대 학생식당. 이곳에서도 100여 명의 학생이 대형 TV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을 펼쳤다. 일부 학생은 수업 시간에 문자 중계를 보며 대표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야구 때문에 살맛 난다"=중계를 보려고 아예 점심을 건너뛰는 직장인도 많아 시내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사무실에서 숨을 죽인 채 야구 경기를 봤다. 경기가 한낮에 열려 근무 중인 직장인들이 TV로 중계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L사에서 근무하는 김형근(28)씨는 "상사 몰래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문자 중계를 보며 응원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식당에선 야구 경기를 보는 손님들이 식사를 끝내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경기를 시청했다.

구로 디지털단지 내 구내 식당은 300여 명의 공단 직원들로 가득 찼다. 영양사 서현영(35.여)씨는 "직원들이 밥을 다 먹고도 TV 앞에 앉아 있어 배식 시간이 평소보다 2~3배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승엽.배영수 등 선수 2명을 배출한 대구 경북고와 이종범.서재응.김병현.최희섭 선수를 배출한 광주제일고에선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함께 경기를 시청하는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했다. 광주제일고 전상훈 교감은 "동문들이 큰 활약을 펼쳐 야구 명문고로서 위상이 한층 높아지게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정강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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