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깐깐해진 관리처분 인가 … 떨고 있는 반포주공 재건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앞으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저층 단지)가 보인다. 반포 1단지는 재건축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신반포1차는 2006년 9월 재건축부담금 시행 직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됐다. [연합뉴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앞으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저층 단지)가 보인다. 반포 1단지는 재건축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신반포1차는 2006년 9월 재건축부담금 시행 직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됐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에서 반포대교를 타고 강남으로 넘어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한강 변 초고층 대단지. 1년 반 전인 2016년 8월 지어진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다. 최고 38층 15개 동의 전용 59~178㎡ 1612가구다.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 일반 아파트로 국내 최고가 단지다. 지난해 10~12월 거래 신고된 14건의 가격을 집계한 결과 3.3㎡당 6520만원이었다. 일부 가구는 3.3㎡당 7000만원 넘게 팔렸다. 이 아파트 전셋값도 3.3㎡당 평균 4000만원 정도로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 가격(6억원)보다 비싸다. 전용 59㎡가 10억원 선이다.

강남권 부동산 커지는 환수제 공포

‘고가·급등·저층’ 재건축이 사정권 

아크로리버파크는 옛 신반포1차 재건축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급 주택으로 탈바꿈했지만 요즘 강남 주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환수제)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2006년 9월 25일 시행 전 구청에 관리처분계획(일반분양을 포함한 최종 재건축 계획)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서초구청은 한 달 뒤인 10월 말 신반포1차의 신청을 반려했다. “‘관리처분계획 결의’ 요건인 ‘총회 출석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 의결(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조합은 환수제 적용으로 내야 할 조합원당 평균 재건축부담금(이하 부담금)을 1억원 이상으로 예상했다. 그 뒤 2008년 터진 금융위기 여파로 2012년부터 부담금 부과가 유예되면서 환수제에서 벗어났다.

최고 8억여원의 부담금이 예고된 가운데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환수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부활한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가까스로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단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관리처분 인가를 내주는 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신청 서류를 철저히 심사하도록 했다. 심사 결과 하자가 발견돼 신청이 반려되면 옛 신반포1차처럼 환수제 대상이 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해놓고 아직 인가가 나지 않은 단지가 강남권에 10여 곳이다. 서초구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에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신청 서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들은 서류 검토에 들어갔다. 송파구청은 미성·크로바와 잠실진주아파트의 신청 내용을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을 받아 심사하기 위해 외부에 맡겼다”고 말했다.

환수제 사정권이 관리처분 신청 단지로 확대되면서 정부가 밝힌 최고 8억4000만원 부담금이 나올 단지가 어디인지 관심을 끈다. 정부는 대상 단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담금 8억4000만원이 나오려면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보다 더 많이 오른 ‘초과이익’이 17억5000만원이어야 한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집값이 오르는 것만으로 이만큼의 부담금이 나오기 어렵다”며 “개발비용이 들지 않고 사업비로 부담하는 추가분담금 없이 오히려 환급금을 받아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강남권 내에서도 ▶ 집값이 두드러지게 올랐고 ▶ 분양가가 비싼 지역의 ▶ 일반분양분이 많은 단지여야 한다. 저층에서 고층으로 재건축하는 단지에 일반분양분이 많이 나온다.

신청서 반려 가능성에 조합원들 불안 

또 2023년 준공하면 부담금 액수가 커진다. 부담금 계산 때 개시 시점인 10년 전 2013년 공시가격이 2010년 이후 가장 낮기 때문이다.

유력한 후보 단지로 업계는 지난해 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지목한다. 이 단지는 아크로리버파크 옆에 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5층짜리 저층으로 재건축을 통해 건립 가구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존 2100가구가 5300여 가구로 다시 지어진다. 1400여 가구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조합이 예상하는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4800만원이고 주택형에 따라 최고가는 5000만원이 넘는다. 분양수입이 워낙 많아 비슷한 크기의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10억원가량 환급받는다.

이 단지는 큰 주택형(전용 106~196㎡)이어서 집값 상승 금액이 많다. 전용 140㎡의 공시가격이 2013~16년 4년간 40% 정도 올랐는데 금액으로는 5억3000여만원이다. 부담금은 금액으로 매기기 때문에 상승분이 클수록 많이 나온다.

이 단지 외에는 부담금 8억4000만원을 낼 만한 단지를 찾기가 어렵다. 인근 주공1단지 3주구와 대치동 은마, 잠실 주공5단지 등도 부담금이 클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 정도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3주구 조합이 추산하는 부담금이 총 947억원이다. 조합원당 6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서초구 잠원동 한신4주구가 환수제 대상을 가정하고 내부적으로 예상한 부담금은 조합원당 8000만원(총 2200억원) 정도다.

부담금 최고 8억4000만원 될 수도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는 사실상 부담금을 추정하기 어렵다. 은마아파트와 주공5단지는 건립 규모 등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업 초·중반 단계다. 부담금을 산정할 근거가 거의 없다.

관리처분 인가 신청에 대한 반려 여부는 조만간 자치단체들이 결정할 예정이다. 조합 총 부담금 예정액은 자치단체들이 조합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산정해 5월께 조합에 통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관리처분 신청 반려 여부와 부담금 예정액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