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단서 찾는 데 도움 … DNA 복구 단백질 찾아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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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몸속의 세포에는 유전자를 완벽한 상태로 보존하려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자손손 유전자를 보존하며 존재할 수 있는 생물학적 배경이기도 하다. 만약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한 채로 세포가 분열하게 되면 암으로 발전하거나 제 기능을 못하고 죽어버린다.

생물학자들은 이 같은 세포 내 시스템을 '체크포인트(Checkpoint)'라부른다. 체크포인트 시스템은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DNA의 이중나선 가닥이 완전히 부러지는 등의 결함이 생길 때 이를 인지해 세포가 자체적으로 수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세포 내 '유전자 경호원'인 셈이다.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체크포인트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중요한 기능을 알아냈다. 미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생물학과에서 리서치 펠로로 근무하는 유해용(40.사진) 박사는 고려대 의대 정성윤 박사와 공동으로 체크포인트 시스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백질의 기능과 작용을 밝혀 발생학 학술지 '진스 앤 디벨롭먼트(Genes & Development)' 17일자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유 박사팀은 이번 실험에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알을 사용했다. 인간의 체크포인트 시스템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DNA의 결함이 발생하면 체크포인트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이때 '클라스핀(Claspin)'이라는 단백질이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왔다.

유 박사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체크포인트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에 클라스핀 외에 또 다른 단백질(BRCA1)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클라스핀 단백질이 DNA 결함의 종류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변형된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아냈다. 즉 체크포인트 시스템 내에서 하나의 단백질이 어떻게 변형되는가에 따라 각기 다른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유 박사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세포의 유전자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체크포인트 시스템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스템이 망가져 암이 생겼을 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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