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선 휴대폰 번호 묻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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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 중견 건축자재 제조업체의 해외마케팅 담당자 A씨는 최근 러시아 거래처 직원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다가 점잖게 거절 당하고 머쓱해졌다. 비상 연락망을 확보하려 한 건데'우리나라에선 휴대전화 번호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알고보니 러시아도 미국 등지처럼 휴대전화 수신자에게도 비싼 통화 요금이 부과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 비용을 대체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교역 상대국의 고유 문화나 습관,언어적 차이 등을 몰랐다 낭패보는 경우가 적잖다. KOTRA는 해외 무역관을 통해 외국인 바이어가 지적하는 주의점을 수집해 열 가지로 정리했다.

"문화의 차이 살펴야"= 독일.헝가리에서는 격식을 갖춘 호칭을 쓰는 게 좋다. 친해지기 전에는 영어의 미스터(Mr.).미스(Ms.)에 해당하는 헤어(Herr).프라우(Frau)를 쓰는게 유리하다.특히 헝가리는 학벌과 지위를 중시하는 전통이 있어 명함에'박사'라고 돼 있으면 그렇게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 미국에선 모욕하는 의미가 있는 중지를 함부로 쓰지 않아야 한다. 흑인을 부를 때도 '블랙'보다는'아프리칸 아메리칸'이란 어휘를 택하는 게 좋다.미국인과의 비즈니스 약속은 가급적 점심이 좋다. 저녁 식사는 개인적으로 가족.친지들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저자세, 고자세 모두 금물"=일본 바이어들은 "한국인들은 말로만 자기 제품이 최고라고 하는데 근거 자료는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자주 한다. 독일 거래처에선 숙소나 차량 지원을 기대했다가 실망하기 일쑤고 숙박.식사를 대접하려 했다가 거절 당한 경우도 많다. KOTRA의 김동현 과장은 "유럽 기업들이 근래 푸짐한 동양식 접대 문화를 따르는 경향도 있지만 장기적인 신용관계를 만들려면 과도한 한국식 접대는 하지도, 받지도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시간을 끄는 일부 중국 바이어에게는 조급해 하지 않는'만만디'전략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중국 바이어는 중국 전역에 대한 독점 판권을 달라는 경우가 적잖다.그렇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기도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합리적.명확한 태도를"= 일본제강소의 니시무라 미츠루 기계생산부 과장은 "한국 기업은 못하겠다는 말을 좀체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뭐든지'할수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샘플이 수준에 미달해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 바이어의 주문 사항을 확대 해석해 임의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주는 과잉 친절도 지양해야 한다. 미국인 바이어들은 제품의 품질과 함께 애프터 서비스 같은 회사 차원의 신뢰성과 로열티를 기대한다. 그럴 경우'제품'보다 '회사'를 판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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