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완쾌는 아직 요원"|미국의 2월 무역통계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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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국은 상무성의 실망 스런 무역통계 발표를 계기로 30년대 대공황후 최악의 주가폭락 사태를 겪은 지난 10월이래 매월 무역통계발표를 불안한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일희일비해 오고 있다.
70년대 초부터 무역역조 기조에 빠져 작년 중 사상 최대를 기록한 무역적자가 단숨에 좋아질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동안 주요 선진국정부의 외환시장개입에 의한 달러화 평가절하 등에 힘입어 점차 개선기미를 보임으로써 상당기간 낙관적 분위기가 계속돼 왔다.
워싱턴에 모인 7개 선진공업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들도 l3일 세계경제를 낙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14일 발표된 미상무성의 2월중 무역통계는 평화로운 봄볕에 천둥을 내려치는 듯한 충격을 던졌다.
주가지수가 단번에 101포인트, 5%가 떨어져 하루 하락 폭으로 사상 다섯 번째라는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가까스로 안정세가 유지되던 달러 값이 강력한 중앙은행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2%가 내려갔다.
역시 이번 사태의 주범도 무역적자의 확대였다. 1월중 1백24억 달러로 감소추세에 들어갔던 무역적자가 2월중 14억 달러가 늘어난 1백38억 달러로 기어오른 것이다.
금년 들어 두 달 동안의 적자를 연간 규모로 추산하는 경우 1천5백76억 달러로 작년의 1천7백12억 달러보다는 밑도는 것이지만 사상 두 번째로 컸던 86년의 1천5백62억 달러보다도 아직 나쁜 수준이다. 두 달 동안의 적자 자체도 전반적으로 볼 때 그다지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데 그나마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일시에 폭발한 것이다.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논란이 시끄럽게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들이다. 또,86년 하락세였던 미국의 금리는 87년 인플레 기미를 우려한 금융긴축으로 인상되다가 작년 증시 파동 후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자금 공급확대로 다시 하락돼 온 터였다.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소비와 수입억제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달러 당 1백25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고 실제로 그 가까이 에 안정되던 달러 값이 이번 일로 1백23·85엔까지 떨어졌지만 앞으로 무역적자 개선, 다시 말해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화가 10%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의 시각은 훨씬 다르다. 물론 그들도 2월중 적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10억 내지 20억 달러 상회한데 실망을 나타내고 있지만 적자의 개선 추세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주장이다.「클레이턴·야이터」무역대표부대사는 15일 2월중의 수출증가 13억 달러를 지적,『수출부문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하고 심지어『미국이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계속 끌어들이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경제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15일에는 다행히 주식시장도 충격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미 통상의 건강상태가 완쾌되려면 오랜 시일이 필요하고 그때까지는 이런 발작이 반복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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