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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에 13년전 도면 들고 불끄러 가…증축·개조 신고 안한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9일 밀양세종병원(왼쪽)과 요양병원(오른쪽)을 다리처럼 연결한 통로(정면 세종병원 간판 쪽) 위에 설치한 불법건축물인 비 가림막이 보인다. 이 가림막은 화재 때 연기를 배출하지 못하고 통로 역할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송봉근 기자

29일 밀양세종병원(왼쪽)과 요양병원(오른쪽)을 다리처럼 연결한 통로(정면 세종병원 간판 쪽) 위에 설치한 불법건축물인 비 가림막이 보인다. 이 가림막은 화재 때 연기를 배출하지 못하고 통로 역할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송봉근 기자

지난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당시 소방당국이 2005년 작성된 건물 도면(평면도)을 갖고 출동했다고 동아일보가 30일 보도했다.

세종병원 건물은 각종 증축과 개조로 크게 달라졌지만, 소방당국이 갖고 있던 도면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병원 측이 13년 동안 증축이나 개조 사실을 밀양시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탓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화재 당시 밀양소방서 지휘팀장이 갖고 있던 건물 도면은 2005년 4월 A 요양병원 측이 밀양시에 제출한 평면도였다. 세종병원이 들어서기 전 건물에 있던 요양병원이다. 2006년부터 A 요양병원 측은 내부 시설을 대거 바꾸고 불법 건축물을 세웠다. 2008년 세종병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병원 측은 건물 도면과 실제 구조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이행강제금만 냈다.

소방당국이 보유한 2005년 도면과 경찰 현장감식 후 작성된 최신 도면을 비교한 결과 최소 11곳이 달랐다. 2005년 도면에는 1층 중앙계단에 방화문이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론 방화문이 없었다. 이번 화재 때 유독가스가 중앙계단을 타고 건물 전체로 퍼지게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김한수 수사본부 부본부장은 29일 브리핑에서 “만약 1층에서 (유독가스가) 차단됐으면 소량에 그쳤을 것이다. 차단이 안 돼 각층으로 연기가 올라가 엄청난 열기가 났고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가 시작된 응급실 내 탕비실도 평면도에는 찾아볼 수 없는 구역이었다. 평면도에는 응급실과 진찰실이 벽으로 구분돼 있다. 실제로는 하나의 큰 공간이 응급실로 쓰였다. 원무과와 병리실로 등록된 곳도 실제론 주사실 진료실 X선 촬영실로 쪼개져 사용됐다.

입원환자가 가장 많이 사망한 2층도 도면과 실제 구조가 달랐다. 병실로 돼 있는 곳은 당직실로 쓰였고, 수술실로 등록된 곳은 6인 병실이었다. 도면상 3층 치매 환자실은 실제론 수술실과 탈의실, 6인 병실로 나뉘어 있었다. 휴게실은 공간이 쪼개져 1인실로 운영됐다. 4층 야외 휴게공간으로 분류된 옥외공간에는 천장을 불법 설치해 약품 창고로 썼다. 이곳에는 대형 산소통 2개가 있어 자칫 불이 위로 번졌다면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기관은 시설물이 바뀌면 입원실과 응급실 급식시설 세탁물처리시설까지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세종병원은 2008년 처음 응급실을 설치할 때 외엔 한 번도 변동 내용을 신고하지 않았다. 밀양시와 소방당국은 2011년 2월 합동점검 때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 등에서 불법 건축물 8곳을 적발했다. 2015년 7월에도 불법 건축물 4곳을 추가 적발했다. 하지만 불법 건축물을 적발해 시정 조치를 내리는 것에 그쳤다. 밀양시가 보유한 평면도와 실제 내부 구조가 다르다는 것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불법 건축물에 대해서는 철거 등의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세종병원은 2011년부터 불법 건축물이 적발됐지만 6년 동안 이행강제금 3000만 원가량을 내며 시설 변경 없이 버텨왔다. 여기에 2013년과 2016년엔 세종병원에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세종병원 측은 “2008년 건물 인수 전부터 각종 불법 건축물이 있었다. 내부 구조를 법에 맞게 바꾸는 게 복잡해 이행강제금을 냈다”고 해명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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