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서류도 안 냈는데 채용한 한식진흥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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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 셋째)이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 특별점검 후속 조치 및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 셋째)이 2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 비리 특별점검 후속 조치 및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공공기관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정부 조사가 일단락됐다. 남은 것은 비리 연루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구제다. 1차 처벌·퇴출 대상은 특정인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채용 관련자들이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공공기관장 8명을 즉시 해임하는 것과 관련해 “상당한 정도의 연루 정황이 확인됐다. 기관별 규정이나 정관 등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해임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사례와 향후 전망은 #공공기관장, 특정인 합격시키려 #면접관에 “이런 질문해라” 문자 #부당 탈락자, 사실 확인 땐 구제 #연루 임직원 즉시 업무배제·퇴출 #‘원스트라이크 아웃’ 법제화 추진

공공기관 189명, 기타 공직 유관단체 77명 등 총 266명의 임직원은 29일부터 업무에서 손을 뗐다. 이들은 재판에 부쳐지면 즉시 퇴출당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소는 공공기관 자체 내부 인사 규정상 명백한 직권면직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처벌 대상자는 채용 비리에 연루된 합격자들이다. 이들도 당장 업무에서 배제됐으며 기소되면 즉시 퇴출당한다. 합격자는 불기소하고 채용 관련자만 기소할 경우 부처별로 재조사를 하게 된다. 재조사 결과 합격자와 채용 관련자가 친인척 관계 등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부처 징계위원회에서 퇴출에 동의할 경우에는 쫓겨난다.

합격자와 채용 관련자가 모두 불기소되는 경우에도 채용 관련자가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를 당하면 역시 재조사가 이뤄진다. 관련자들이 전원 불기소되고 중징계도 피하면 합격자는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다. 부정 합격자가 퇴출당하면 부당 탈락자는 구제받을 수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채용 비리 때문에 불합격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 한해서다. 최종 면접에서 부정 합격자 때문에 탈락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는 해당 공공기관이 사안별로 피해자 특정성 등을 판단해 구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채용 비리로 수사 의뢰된 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

채용 비리로 수사 의뢰된 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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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재발 방지와 채용 시스템 개혁 방안도 주목된다. 정부는 채용 비리 발생 시 연루자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퇴출하는 원칙, 즉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법제화하기로 했다. 법을 고쳐 채용 비리 연루 임원은 유죄 판결 시 이름을 공개하고, 직원의 채용 비리 관련 징계 시효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 부정 합격자는 5년간 공공기관 채용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고, 채용 취소 근거도 명문화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을 개정해 부정채용 청탁자 이름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류전형에서는 외부 위원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면접에서는 외부 위원이 50% 이상 참여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전형 단계별로 예비 합격자에게 순번을 부여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는 등 불합격자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나태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면접에 외부 인사 참여 확대를 권고한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의무화해야 한다”며 “제도 못지않게 채용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일각에서는 조사의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대책본부는 “채용 비리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10월 발언 이후 급하게 꾸려졌다. 조사도 공공기관 관할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했다.

조사가 불충분하게 이뤄져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2013~2017년이라는 조사 대상 기간이 박근혜 정부 임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세종=박진석·심새롬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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