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오름세 출하 꺼려 일반 미 달린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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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반 미 값이 많이 올랐다. 고급아파트촌 등 일부지역에서는 경기미상품 쌀값이 80kg가마당 인만5천 원을 넘어서 곧 10만원 선을 돌파할 기세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3월14일부터 4월11일까지 정부보유 일반 미 10만 섬을 가마당 7만3천 원씩 방출한데 이어 12일부터 농협 계통 출하를 통해 50만 섬의 쌀을 가마당 8만원씩에 사서 7만5천 원씩에 방출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7년 연속 풍년 농사로 쌀만은 자급을 이뤘다는데 왜 이렇게 쌀값이 오를까. 최근의 쌀값 동향, 가격상승 원인, 문제 점 등을 알아봤다.

<쌀값 동향>
일반 미 도매가격(중품기준)은 지난해말 80kg가마당 7만6천1백47원에서 금년2월 7만7천3백15원, 3월15일 7만8천2백93원, 3월말 7만8천6백9원으로 계속 오름세다.
작년 말보다 3·2%, 작년 동기보다 10·4%나 올라 일반물가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가격도 작년 말 8만4천6백20원에서 2월 8만4천7백40원, 3월15일 8만7천1백원, 3월말 8만7천3백80원으로 올랐다. 작년 말보다 3·3%, 작년동기보다 10·4% 오른 시세다.
이 같은 가격은 일반 미 중품의 전국 평균시세고 상품은 곳에 따라 9만5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원인>
이처럼 쌀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주무관청인 농림수산부 측은 ①지난해의 추곡수매가 대폭 인상 ②정부의 일반 미 관리 능력 약화 ③농어촌의 자금사정 호전 및 인플레 심리에 편승한 출하 기피 ④소비자들의 재래 미 선호 경향 등을 꼽고 있다.
쌀의 공급물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최근 다수확 신품종재배면적이 줄면서 86년부터 쌀의 자급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86년의 경우 쌀 생산량이 3천8백93만 섬이었던데 비해 소비량은 4천3만 섬, 87년에는 3천8백93만 섬 생산에 소비는 3천9백만 섬으로 추정되고 있다. 2∼3% 정도가 모자랐다는 얘기다.
그러나 84, 85년의 대풍으로 매년 7백만 섬 이상의 재고가 이월되고 있기 때문에 절대물량은 계속 여유가 있는 상태다.
작년만 해도 7백64만 섬의 재고가 금년으로 이월됐다.
따라서 쌀값이 오르는 원인이 추곡수매가 인상 등 물량 부족 이외의 다른 요인 때문이라는 점은 수긍이 간다.
사실 정부의 추곡수매가 인상률은 84년의 3%, 85년의5%, 86년의 6%에서 87년에는 한꺼번에 14%로 뛰었다.
수매가를 그렇게 올리게 된 데는 민주화 바람을 탄 농가소득 증대요구·대통령 선거 등 경제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수매가 인상이 일반 쌀값 상승을 부채질한 것만은 사실이다.
예년의 경우 가을 추수기에는 쌀값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작년 가을에는 높은 수매가 인상으로 오히려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이 그 증거다.
정부가 쌀값 상승에 대해 효과적인 관리수단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쌀값을 조절하는 수단은 보유미 방출인데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은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신품종이기 때문에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은 작년 가을 수매 분을 포함해 1천1백82만6천 섬인데 그중 재래 미는 농협 수매 분 22만9천 섬을 포함, 47만6천 섬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수매 량도 신품종이 5백37만 섬이었던데 비해 일반 미는 농협 수매 분 37만3천 섬을 포함, 22만6천 섬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미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에서는 최근 경제 여건이 호전되면서 성급한 출하를 기피하고 쌀값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 서초동 쌀 도매시장에는 하루 평균 2천9백30가마 정도의 일반미가 반입되고 있는데 이 물량은 작년 이맘때의 하루 반입량 4천1백80가마 수준에 비해 30%나 줄어든 양이다.

<전망 및 문제점>
쌀값은 이처럼 구조적 상승 요인을 안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일반 미 값은 강보합세, 또는 약간씩 오르리라는 것이 농림수산부의 분석이다.
쌀값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농가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것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도시 소비자들의 부담을 무겁게 하고 물가상승을 부채질해 결국 그 주름이 농가로 되돌아간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더 걱정스런 문제는 쌀값상승에 대해 정부가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된 데는 쌀의 생산·소비가 신품종에서 재래 미 쪽으로 크게 바뀌고 있는데도 이 같은 변화를 종합적으로 수용하는 유통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안이하게 종래의 수매정책에 매달려 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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