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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문화cafe] 의자 = 가구 or 과학 or 예술 or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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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 전: 100 Years, 100 Chairs' 4월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02-2124-8800

-'알바 알토, 시대를 초월한 표현'전 4월 16일까지 코리아디자인센터 031-780-2249

-'20세기 디자인 퍼니처-20세기 빈티지 가구 전' 17~31일 서울옥션 강남점 '더 콜렉션' 02-395-0185

의자는 역사가 오랜 물건이다. 아마도 구석기시대 인류가 잠시 엉덩이를 얹고 쉬었던 평평하고 반듯한 돌이 그 시초였을 것이다. 바닥에 앉는 우리 전통 문화에서 의자는 외래 신식 문물이었다. 초등학교에 가면서 평생 신세를 지게 되는 의자는 현대인의 삶을 지탱해주는 상징이 된다. 이정록 시인은 노래하기를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의자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주장한 이는 의자 생산자다. 의자는 가구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말한 이는 디자이너다. 이제 미술상과 경매업자까지 나서 외친다. "의자는 가구가 아니라 돈이다." 질 좋고 아름다운 의자를 대 물려 쓰고 즐기다가 화랑과 옥션에 내놓으면 산 값보다 몇 배, 또는 몇십 배 이윤을 남기는 투자가 된다는 것이다.

'위대한 의자…'전은 스위스의 비트라 디자인미술관이 수집한 1800여 점 소장품 가운데 시대의 취향과 경향을 대변한 걸작 의자 100점을 골라 내놓았다. 20세기 디자인 역사를 의자라는 품목으로 죽 살필 수 있다. 사진작가 준초이가 출품 의자에 앉은 14명 국내 문화인을 찍어 내놓은 흑백사진도 구경거리다.

알바 알토(1898~1976)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집과 조화를 이룬 실내디자인을 창조한 인물로 유명하다. '알바 알토…'전에서는 몸의 곡선과 건축의 조형미를 살린 감각적이며 실용적인 그의 의자를 만날 수 있다.

그림과 조각 등 전통적인 미술품 경매 품목에서 벗어나 새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는 서울옥션이 가구에 주목했다. '20세기 빈티지…'전은 그 맛보기로 찰스 & 레이 임스, 아르네 야콥슨, 이사무 노구치 등 이름난 디자이너의 생산연도 의자를 내놨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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