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남매 엄마, 3일 전 “아이들 보육원 보내고 새 인생 시작” 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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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광주 3남매의 엄마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양부남 검사장)은 정모(23)씨의 범행과 관련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광주 3남매가 숨진 화재 사건과 관련 지난 8일 아이들의 친모가 현장검증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3남매가 숨진 화재 사건과 관련 지난 8일 아이들의 친모가 현장검증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 아파트 11층 자신의 집에서 4세·2세 아들, 15개월 딸 등 세 남매가 자고 있던 작은방에 불을 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자녀 양육과 생계비 마련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데다 인터넷 물품대금 사기와 관련해 변제 독촉을 자주 받아 왔다.

애초 정씨는 경찰 조사에선 “작은방 바깥에서 이불 위에 담뱃불을 털고 작은방에 들어와 아이들과 잠을 자고 있다가 불이 났다”고 했지만, 검찰에서는 “작은방 바깥에서 담배를 피운 후 이불 위에 담배꽁초를 올려둔 채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장난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또 “처음에는 자녀들과 자살할 생각에 불을 끄지 않고 내버려뒀다”고도 했다.

3남매 화재 사망 당시 현장. [중앙포토]

3남매 화재 사망 당시 현장. [중앙포토]

대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불은 작은방 안쪽 출입문 문턱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작은방 바깥 벽면 등에선 그을음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정씨의 얼굴에 화상이 없고 정씨가 신고 있던 스타킹에도 불에 탄 흔적이 없다는 점에서 정씨가 불을 지르고 작은방에 있었다는 진술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담뱃불로는 합성솜 재질의 이불에 불을 붙이는 게 불가능하고 화재 정도로 볼 때 정씨가 라이터를 이용해 이불 등에 직접 불을 붙인 것으로 추정했다. 정씨가 범행 후 구조 직전까지 40분간 휴대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정씨가 자녀들을 구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씨가 3일 전 친구에게 “자녀들을 보육원에 보내고 새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일 “담뱃불을 이불에 끄려다 불이 난 것 같다”는 정씨의 자백과 현장감식·부검 등을 통해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실화’로 결론 내리고, 중과실 치사·중실화 혐의로 정씨를 검찰에 넘겼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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