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교육차관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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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교육부 차관이 15일 열린 퇴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절 골프 파문의 한가운데 섰던 교육인적자원부 이기우 차관이 15일 물러났다. 9급 공무원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쳐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차관까지 올랐던 '고졸 신화'가 43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이 차관은 물러나면서도 이해찬 총리를 적극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전에 "이 총리에게 누를 끼쳐 너무 죄송하다. 밤새 고민하다 이 자리를 물러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사의를 표시했다. 이 차관의 퇴임식은 오후에 곧바로 열렸다. 그는 "이 총리를 교육부 장관 때부터 모시고 지켜본 결과 좀 쌀쌀맞고 냉철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오직 국가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먼저 걱정했다"면서 "솔직히 평소 이 총리를 존경했다. 그분은 애국자"라고 극찬했다.

3.1절 골프에 이 총리를 수행했던 이 차관은 7일 기자회견을 자청했으나 그의 해명이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총리 비서실장 출신인 이 차관이 이 총리를 잡았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 차관은 이를 의식한 듯 이 총리에 대한 찬사를 계속했다. "이 총리는 합리적이고 명쾌한 결론을 내는, 추진력과 실천력을 가진 분이며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 로비 의혹에 대해선 "이 총리는 늘 청렴하고 깨끗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비리의혹이란 낱말은 그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솔직해 말해 이 총리의 일정을 제가 판단해 조정했던 것인데 사려 깊은 판단을 못했다"면서 스스로를 책망하는 발언도 했다.

2월 1일 취임한 이 차관의 재직기간은 46명의 교육부 차관 중 28대 이상규(1980년 5월 27일~80년 7월 9일) 차관과 함께 역대 최단명이다.

이 총리가 98~99년 교육부 장관을 맡았을 때 교육환경국장으로 있으면서 "100년 만에 하나 나올까말까한 공무원"이란 찬사를 들었던 그는 결국 명예롭지 못하게 퇴진했다.

총리실에서도 이 총리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2004년 6월 이 총리와 함께 총리 비서실에 합류한 임재오 정무, 남영주 민정, 이강진 공보 등 3명의 수석비서관(1급)들과 2급 비서관 5명 등 모두 8명의 정무직 비서관들이 이날 사표를 냈다. 총리실은 정권 출범 초기 때처럼 대대적인 인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강진 수석은 국회의원으로 복귀하는 이 전 총리의 보좌관으로 원위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나머지 비서진의 사표수리 여부는 후임 총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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