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자기소개서를 3초 만에 평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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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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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인사부장 역할을 하는 시대가 열렸다.

SK주식회사 C&C 사업부문은 자사의 AI 플랫폼 ‘에이브릴’(Aibril)을 SK하이닉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시범 적용했다고 25일 밝혔다.

SK C&C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12월까지 ‘에이브릴 채용 헬퍼’를 이용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 에이브릴 채용 헬퍼는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서류 전형의 자기소개서 평가 시간 단축과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개발됐다. 실제 SK하이닉스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활용했지만, 파일럿 테스트 결과가 채용 과정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테스트 결과 에이브릴과 인사담당자의 평가점수 오차범위는 15% 이내로 나타났다. 인사담당자 간 평가점수 오차범위가 15%인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또 에이브릴의 평가 시간은 1인당 3초 이내로 1만명을 평가하는데 약 8시간이 걸렸다. 과거에는 1만명을 평가하기 위해 인사담당자 10명이 하루 8시간씩 7일이 걸렸는데 소요시간이 7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라고 SK C&C는 설명했다.

SK C&C와 SK하이닉스는 신규 응시자의 자기소개서 데이터를 꾸준히 추가해 에이브릴 채용 헬퍼에게 학습시킬 계획이다. 실제 채용 과정에 적용할 경우 에이브릴 채용 헬퍼가 낮은 점수를 준 자기소개서는 인사담당자가 별도로 검증해 일률 평가의 단점도 보완할 예정이다.

AI가 자기소개서를 읽고 면접을 보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나가사키 켄이치 인사 본부장은 지난해 AI를 활용한 인재 채용 후 “5명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합격·불합격을 판정하는데 AI는 15초, 사람은 약 15분이 걸렸다”며 “결과를 보더라도 불합격자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컴퓨터 전문업체 IBM 역시 AI가 이력서를 분석해 적합 후보를 추천하고 지원자의 소셜미디어 자료를 분석해 성격과 가치관을 파악한다.

김종훈 제주교대 초등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면접관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채용이 진행된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대다수의 인사담당자에게 AI 채용은 낯설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인사담당자 375명을 대상으로 ‘AI 채용’을 주제로 설문조사 한 결과 ‘AI 채용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48%였다. 이들 중 60%는 ‘경험으로 얻은 인재를 보는 눈을 활용할 수 없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또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을 것 같아서’(26.1%), ‘인공지능을 신뢰할 수 없어서’(13.9%)를 이유로 선택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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