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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부처 청년일자리 대책 '질타'…"일자리 최우선시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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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정부의 각 부처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국가 재난’이라고 언급했던 청년 일자리 문제에 부처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상의 질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2018.01.25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2018.01.25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이날 청와대에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오늘 회의는 제가 요청해서 열리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인구 구조의 변화로 더욱 어려워질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해 향후 3~4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런데 정부 각 부처에 그런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리고 또 정부 각 부처가 그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직접 일자리 위원장을 맡는 등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정부의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15~29세) 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22.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다. 정부가 중점 관리해왔던 20대 실업률은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1분기 10.8%를 기록하다, 3분기에는 9.3%, 4분기에는 9.1%로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취업시즌인 4분기 20대 실업률이 대폭 감소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실업률 9.1%는 긍정적 시그널이 아니다.

실업률

실업률

문 대통령도 이와 관련 “청년 취업 희망 인구가 늘어나면서 청년 실업률이 함께 높아지는 이중적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것은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더 근본적이고 더 과감한 청년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와 관련한 ‘특단의 대책’으로 재차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지금 정부 각 부처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고정관념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더 과감하게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유럽연합)가 2014년 시행했던 ‘청년 보장제도’라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실과, 일본ㆍ독일이 청년 고용기업에 예산으로 지급했던 고용지원금 제도 등을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 정책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근무여건과 처우 개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일자리 정책의 핵심 공약인 ‘81만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면서도 “민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마중물’”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청년일자리 점검회의' 를 주재하고 있다.2018.01.25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청년일자리 점검회의' 를 주재하고 있다.2018.01.25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어 “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실효성은 있는지, 보완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것”이라며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대책이 기본이지만 단기적으로 고용절벽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상하고 과감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수요자와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수정ㆍ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이는 최근 암호화폐 관련 논란을 비롯해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과정에서 불거진 2030세대의 불만과 무관치 않다. 최근 청와대 경제라인이 총출동해 최저임금 관련한 현장을 방문하고 있지만,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주간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9.8%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60%선까지 무너졌다. 특히 20~40대 등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의 이반 현상이 빠르다.

문 대통령이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미흡하다는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낸 배경은 인구구조와 관련이 있다. 통계청의 인구 추계 자료에 따르면 20대 구직 연령인 25~29세 인구는 올해부터 4~5년간 급증(348만→363만명)하다가 2022년 이후 줄어든다. 문 대통령의 임기(2022년 5월)와 일치한다. 문 대통령은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와 함께 인구구조의 변화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를 몇 년 앞서 겪고 있는 일본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식 세대인) 에코붐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끝나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청년 고용 절별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2022년 이후 청년 고용 문제의 압박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5월 24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 앞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모진에게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5월 24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 앞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모진에게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1시간 40분에 걸친 회의가 끝난 뒤 마무리 발언에서도 “이날 토론에서 나온 제안을 2월에 마련될 각 부처의 계획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당부하며 “각 부처는 청년 일자리가 고용노동부나 경제부처만의 일이라 여기지 말고 각 부처와 대통령 직속 위원회 차원에서의 대책을 꼼꼼하게 세우고 모아, 업그레이드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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