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완화 위해선 기업들 국내 투자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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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산(금융자본과 산업자본)분리 원칙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대단위 강북 재개발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이날 서울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국내 투자가 부진해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달 말 4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그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현안에 대한 평소 소신을 여과 없이 피력했다.

박 총재는 "지난 4년 동안 기업은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효과로 호황을 누린 반면 가계는 부채 증가 등으로 불황을 겪으면서 양극화가 발생했다"며 "이는 유통 혁명과 기계화, 노동생산성 향상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선 기업의 국내 투자가 절실하다"며 "과거 재벌들이 부채경영에 의존해 양적으로 팽창할 때 만들어진 출자총액제한제나 금산분리 원칙은 이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제도들이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자본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총재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평소 지론을 강조했다. 그는 "강남 지역 등에 한정된 집값 상승으로 국민 계층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이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대개혁을 통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부 장관을 할 때 일산과 분당 등 5개 신도시를 건설했지만 효과가 10년을 못 갔다"며 신도시 건설이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주택보급률이 이미 높아진 만큼 신도시 건설 같은 '양적' 정책보다는 강북의 열악한 주거 지역을 철거하고 고급주택을 공급하는 '질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중.고등학교에 대해 서울시를 단일학군으로 하는 추첨제를 운영해 평준화의 틀 속에서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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