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착오'로 출전 무산된 노선영 "동생은 이용당했고 나는 제외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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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노선영(29·콜핑팀)이 올림픽 출전 자격 자체를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 여자 팀 추월 대표팀으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을 뽑았으나, 행정착오로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올림픽 개막을 약 보름 앞둔 시점에서 팀을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노선영(29·콜핑팀)이 올림픽 출전 자격 자체를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 여자 팀 추월 대표팀으로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을 뽑았으나, 행정착오로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올림픽 개막을 약 보름 앞둔 시점에서 팀을 다시 꾸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연합뉴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 선수가 24일 자신의 SNS에 "(동생)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는 글을 남겼다.

노선영 선수의 동생 노진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는 과거 훈련 중 왼쪽 팔꿈치가 골절되는 부상으로 올림픽에 불참하게 됐다. 이후 골육종이 발견됐고 거의 완치됐으나 종양이 다시 악화돼 당시 23살의 나이로 2016년 4월 숨졌다.

노 선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부모님과 하늘에 있는 동생을 위해 평창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었다.

2014년 1월 오전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서 김정행(오른쪽) 대한체육회 회장이 암 투병중인 쇼트트랙 노진규(22·한국체대)를 병문안 해 위로 하고 있다. [뉴스1]

2014년 1월 오전 서울 노원구 원자력병원에서 김정행(오른쪽) 대한체육회 회장이 암 투병중인 쇼트트랙 노진규(22·한국체대)를 병문안 해 위로 하고 있다. [뉴스1]

노 선수는 "4년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썼다. 그는 이어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고 연맹을 비판했다.

노 선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그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고 토로했다.

노 선수는 평창올림픽에서 단체전인 팀 추월 종목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개인종목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만 팀 추월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뒤늦게 알게 되면서 최근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연맹은 ISU가 지난해 10월 잘못된 규정을 알려줬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를 하는 등 적극적인 구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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