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상생경영] STX, 74개업체 묶은'멤버스' 성장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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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엔진 김종기 부장(右)이 K-1 전차 엔진의 냉각기를 생산하는 협력업체 ㈜한조의 부산공장을 찾아 생산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해 6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2001년 출범 당시 30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5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장의 숨은 힘은 'STX 멤버스(Members)'에 있다.

STX 멤버스는 조선.엔진.엔파코.중공업 등 STX 주력 4개사와 거래하고 있는 협력업체 400여 개 중에서 엄선된 74개로 구성돼 있다. 멤버스 자격은 STX와 2년 이상 거래하고, 연간 거래실적이 10억원 이상인 업체 중에서 기술 개발역량을 갖춘 곳에만 주어진다. 멤버스 업체들은 2002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이들 업체엔 안정적인 물량을 우선 배정해 주고 ▶긴급 운전자금▶원자재 구매▶기술 자립 자금 및 기술 등을 지원해 준다. 또 공동 해외 산업시찰 및 세미나 참여 기회도 준다.

STX엔진과 기계설비 전문업체 한조가 K1 전차 엔진 핵심부품인 원형냉각기를 공동 개발한 것은 STX 멤버스 제도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전량 수입에 의존할 당시 원형냉각기 가격은 웬만한 중형차 두 대 값인 4300만원이나 됐다. 한조가 2000년 이 부품 개발에 뛰어들자 STX는 기술인력과 자금 지원에 나섰다. STX엔진 기술연구소에서 양쪽 연구진이 머리를 맞댔다. 4년 동안 40억원의 개발비를 들인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산화 덕분에 이 부품 가격은 2600만원까지 떨어져 연간 33억원의 원가 절감과 함께 85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게 됐다.

STX는 협력업체 공조를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STX그룹의 설계.생산.품질.조달 실무자는 협력업체 실무자와 '실무분과 위원회'를 열어 수시로 업무를 조율한다. 이 위원회는 협력업체 애로사항을 수집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또 매년 2회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방문해 향후 생산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체육대회를 열어 단합을 다진다.

협력업체 자금 지원을 위해 STX는 지난해 9월 기업은행과 손잡고 '네트워크 론'이라는 대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이 추천하는 우수 협력업체는 기업은행으로부터 연간 납품금액의 6분의 1 한도 내에서 생산 및 구매자금을 빌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일반 대출에 비해 평균 0.3%포인트 정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STX는 지난해 7월 경상남도 및 중소기업진흥공단과 '맞춤 종합지원 협약'을 했다. 이를 토대로 경상남도는 STX 협력업체에 기술.경영 컨설팅 비용과 국제규격 인증 비용, 특별 경영안전 자금 등을 지원해 주고 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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