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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집값의 역설]도시공학자들 “강남 공급 늘리고, 인프라 격차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일본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지방 상생 정책의 하나로 ‘지역부흥협력대’가 가동 중이다. 인구소멸위기를 겪는 일본의 지방 도시와 농어촌에 사람을 보내고, 여기 참여한 이들에게 정부에서 우리 돈 2000만~4000만원 정도를 해마다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본의 수도권 및 대도시에서 살 수도 있었던 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농촌과 소도시로 이주해 낡은 빈집을 고치고 창업활동에 몰입한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교 교수. [중앙포토]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교 교수. [중앙포토]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높은 강남의 집값 문제를 두고 수요와 인구분산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돈을 쥐여주고 지방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일본의 정책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강남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주변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 강남에 대한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견해다. 정 교수는 “아이의 교육 때문에 불가피하게 강남에 가려고 했던 사람들은 이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강남이 꼭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으로 수요의 분산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지방 상생 정책 벤치마킹 고려할만 #재건축 통해 도시밀도 높이는 방안도

수요 분산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인프라 확산을 꼽는다. 인구가 비슷한 노원구(13개)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지하철역이 강남구(27개)에 있고, 서울의 전체 6974개 편의점 중 688개가 강남에 쏠려있다. 공공, 민간 가릴 것 없이 도시에 대한 투자가 강남에 집중돼 인프라가 강남에만 쏠리는 현상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중앙포토]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중앙포토]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강남을 대체하는 신도시’라는 문구가 부동산 시장의 마케팅 용어였다. 강남만큼 뛰어난 문화시설을 만들어 사람들이 이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강남 이외 지역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은 강남의 수요를 분산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계획과 교수 역시 “강남은 교육환경이나 생활여건이 모두 좋고, 고급 일자리도 많다”며 “강남 개발 초기 학교와 일자리 등 시설이 들어선 것처럼 강남에서 점점 주변 지역으로 고등학교와 같은 교육기관과 질 좋은 일자리가 들어서는 등 개발이 이뤄지면 충분히 분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중앙포토]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중앙포토]

공공과 민간의 투자 분산이 강남 외부에서 이뤄져야 하는 대책이라면, 강남권에 부동산을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은 강남 내부에서 이뤄질 수 있는 처방이다. 도시계획ㆍ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강남권의 높은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이뤄져야 강남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강남에 대한 높은 수요에도 적절하게 공급확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희소성을 높여 가격을 올리는 밑받침이 되고 있다”며 “기존 4~12층짜리 아파트를 30층 이상으로 올리는 등 재건축을 통해 도시의 밀도를 지금보다 높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 분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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