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정원 “불편해하신다, 질문 말라” … 현송월 “강릉 사람 따뜻”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일행을 태운 차량 2대가 21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하자 경찰들이 일반인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차량 도착에 앞서 경찰은 9개 중대 720명의 경비병력을 배치해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KTX 플랫폼 진입 동선에 맞춰 서울역 광장을 가로지르는 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오종택 기자]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일행을 태운 차량 2대가 21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하자 경찰들이 일반인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차량 도착에 앞서 경찰은 9개 중대 720명의 경비병력을 배치해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KTX 플랫폼 진입 동선에 맞춰 서울역 광장을 가로지르는 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오종택 기자]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이 21일 방남해 강원도 강릉 황영조기념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봤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 북한 예술단이 공연할 장소들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사복요원·현장통제 등 국빈급 경호 #황영조체육관 7분 둘러본 현 단장 #강릉아트센터는 2시간 꼼꼼히 점검 #오늘 서울 공연후보지 돌고 귀환

북한 점검단은 이날 오전 8시57분 차량을 이용해 경의선 육로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경의선 육로가 열린 것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처음이다. 점검단은 오전 9시2분쯤 경기도 파주의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15분 만에 출·입경 절차를 완료했다. 이어 대형버스 2대에 분승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오전 10시23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들은 KTX 4071편 8호차에 올라타 10시50분 강릉으로 향했다.

현송월 일행은 낮 12시46분 강릉역에 도착한 뒤 강릉 씨마크호텔로 이동해 코스 요리로 오찬을 했다. 이어 숙소인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경포호텔로 가 휴식을 취했다. 지난 17일 개관한 고급 호텔이다.

북한 점검단은 오후 3시33분 황영조체육관을 먼저 확인했다. 명륜고교 안에 있는 황영조체육관은 관람석 1500석 규모다. 규모는 크지만 1998년 준공해 시설과 음향 등 장비가 낡았다고 한다. 현송월도 체육관에 들어간 지 불과 7분 만에 나왔다. 공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북한 사전점검단 이동 경로

북한 사전점검단 이동 경로

관련기사

한 달 전 준공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은 998석 규모다. 첨단시설을 갖춘 다목적 공연장으로 뮤지컬·오페라콘서트·연극·무용 등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다. 현송월이 이곳은 꼼꼼하게 둘러봤다. 오후 3시46분에 도착해 6시12분에 나왔다. 현송월은 사임당홀과 개인분장실, 단체분장실, 의상실 등을 둘러봤고 음향 체크도 했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스피커로 흘러 나왔다. 강릉아트센터가 공연장으로 낙점되는 분위기다.

이날 시설 방문을 마친 점검단은 숙소인 스카이베이 경포호텔로 돌아가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남측 관계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숙소에서 두문불출했다. 북측 인사들은 바다가 보이는 호텔 19층 VIP룸 3개 객실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점검단에는 현송월과 함께 15일 예술단 실무 접촉에서 북측 대표로 나왔던 김순호 삼지연관현악단 행정부단장과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도 포함됐다. 이들은 강릉에서 1박한 뒤 22일 다시 KTX를 타고 서울로 이동해 후보지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남산 국립극장, 고척돔,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이 거론된다.

경찰은 서울역 일대에 9개 중대 720명을 배치했다. 현송월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몰렸고, 환영하는 박수도 나왔다. 현송월과 직접 대화해 본 강릉시 관계자는 “현송월이 ‘강릉 사람들이 참 따뜻하다’고 하더라. 스스럼없는 듯한 모습이라 놀랐다”고 했다.

수차례 방남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송월은 옅은 미소만 보였을 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현송월 일행에게 질문을 계속하자 “협의된 바 없다.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마라”며 접근을 막기도 했다.

◆남북 파견 일정 확정=금강산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 사전 점검을 위해 남측 선발대 12명이 23일부터 2박3일간 방북하는 일정이 확정됐다. 북한도 21일 통지문을 통해 윤용복 체육성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선발대 8명을 25일 2박3일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전수진·서울=유지혜 기자, 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