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신히 이기더니… 완벽한 플레이에 완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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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버넌 웰스가 4회초 2사 만루에서 삼진을 당한 후 허공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위). 벅 마르티네스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아래). [애너하임 AP=연합뉴스]

"야구가 미국의 국기라고? 농담하지 마라. 캐나다에 졌고, 일본에는 석연치 않은 판정 덕분에 간신히 이기더니 이번엔 한국에 망신을 당했다."

미국이 경악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 야구팀이 한국에 3-7로 완패하자 미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CBS가 운영하는 스포츠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CBS스포츠라인닷컴은 미국의 선발투수 돈트렐 윌리스가 진땀을 흘리는 사진 위에다 '미국 야구 국제적 망신(internationally pancaked)'이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고 미국팀을 질타했다. '메이저리거가 마이너리그 더블에이(AA) 수준인 한국 야구에 테러를 당했다'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 하위 리그인 마이너리그는 실력에 따라 다시 트리플에이(AAA), 더블에이(AA), 싱글에이(A)로 나뉜다.

AP통신은 "한국은 최희섭의 홈런포를 앞세워 미국에 완승했다. 미국은 최고라고 자부하기에는 부끄러운 경기를 펼쳤다. 잔루 11개에 실책이 3개나 나왔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무적의 한국팀, 미국에 일격을 가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극찬했다. 또 "진정한 축하를 받을 사람은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5회에 삼진으로 돌려세운 김병현"이라며 "김병현은 이 삼진 하나로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스 타자들에게 이틀 연속 결승 홈런을 얻어맞았던 아픔을 깨끗이 씻었다"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mlb.com) 담당 기자인 짐 스트리트는 '한국이 미국에 참패를 안기며 무패 행진을 계속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도대체 이들은 누구란 말인가. 한국은 2만1288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경기에서 모든 면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며 미국을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벅 마르티네스 미국 감독의 말을 인용해 한국 타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팀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기본기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타자들이 홈플레이트의 좌우 측면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모습도 놀라웠다. 인사이드 공이 몸쪽 가까이 파고들어도 전혀 두려움 없이 맞서고, 아웃사이드 공이 들어오면 과감히 쳐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외신종합],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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