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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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루는 배불리 점심을 먹은 이리가 들판을 거닐다가 양 한 마리를 만났다. 이리를 본 양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배부른 이리는 양을 잡아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양에게 바른 소리를 세 가지만 하면 살려 보내 주겠노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양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얘기를 시작했다. 『길을 걸으면서 나쁜 이리를 만나지 말았으면 했습니다.』
『그럼, 나머지 두 가지는…?』
『둘째로는 이리를 만나더라도 눈먼 이리를 만났으면 했습니다.』
『그럼, 셋째는?』
『이리는 언제나 우리를 잡아먹으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에게 빌어 이리를 모두 없애 주었으면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리는 자기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할말을 다하는 양의 정직한 용기에 감동했다. 새끼 양은 아무 일없이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
「닉슨」미 대통령이 몰락한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한번 한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게 마련이다. 백악관 녹음 테이프가 발견되고 보좌관들의 얘기가 엇갈리면서 사태는 수습할 길이 없게 되었다.
「에드워드·케네디」가 그 좋은 가문에, 그 능숙한 언변과 든든한 재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에 출마조차 못하는 것도 역시 거짓말 때문이다. 그는 여비서 스캔들과 관련된 채파퀴딕 사건이 났을 때 정직하지 못했다.
어느 날 신문기자들이「처칠」수상에게 물었다.
『유능한 정치인의 조건은 어떤 것입니까?』
『무엇보다도 내일, 내주, 내월,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언할 자질이 있고, 훗날 왜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아마 선거 중에 정치인들이 공약한 일들을 책으로 묶어 두면 세계 거짓말 콘테스트에 나가고도 남을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당선만 된다면 하늘에도 다리를 놓고, 바다에도 아스팔트를 깐다고 할 것이다.
「히틀러」는 일찍이 거짓말 속에 약간의 진실만 섞어도 진실로 통한다는 지혜(?)를 설파한 일이 있었다. 그 명언은 오늘까지도 많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출세의 길을 열어 주고 있다. 때는 정치의 계절이다. 그 막이 오르는 4월 1일은 세계적으로 허가 맡은 거짓말의 날, 만우절이다. 선거를 향해 뛰고 있는 정치인들이여, 오늘만은 공약도 기꺼이 들어 줄 테니 내일부터는 거짓말 좀 작작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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