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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애증관계 YS ·DJ도 "독재자""역사 모독"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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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MB의 전·현직 갈등…YS ·DJ도 “독재자” “역사 모독” 충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같은 전ㆍ현직 권력의 직접적 충돌은 1999년에도 일어났다. 독재 정권에 맞서 함께 투쟁하면서도 평생 애증의 관계였던 김영삼(YS)ㆍ김대중(DJ) 전 대통령은 DJ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1년여만에 서로 강하게 충돌했다.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불명예 퇴진한 YS는 DJ를 “독재자”라고 표현한 시국선언문과 성명을 발표했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 가서는 대중 앞에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부패하는 정권은 아마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1998년 2월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왼쪽)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8년 2월 25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왼쪽)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놓고 의견이 갈렸던 두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한일어업 협정 등을 놓고도 충돌했다.

그러다 DJ 집권 4년차이던 2001년 2월에는 YS가 펴낸 회고록에서 1997년 대선 과정의 일을 소개하며 “김대중씨의 부정 축재를 수사하면 구속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쓰자 DJ가 강하게 반발했다. DJ는 당시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역사에 대한 모독이자 음모”라고 강하게 되받았다. 그런 뒤 당시 청와대가 나서 “정작 언급해야 할 IMF 사태에 대한 책임은 얼버무렸다.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을 썼어야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YS의 외교 실책을 거론하며 “(YS) 집권 초기 일본에 대해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말해 IMF 때 일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보복당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01년 7월에는 DJ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현 정권에서 벌이는 언론말살 사태야말로 독재자 김대중씨가 음모하고 있는 재집권 쿠데타의 서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의 싸움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과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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