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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감기에 걸리다 보살핌을 받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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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지난주 나는 감기에 걸렸다. 감기에 걸린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림으로써 이와 관련한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어렸을 적 감기에 걸릴 때면 어머니는 내게 치킨 수프를 끓여주시곤 했다. 치킨 수프는 감기 걸린 이를 위한 가장 전통적인 가정식 치료법이다. 물론 어머니는 약도 사다 주셨다. 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고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되면서 감기는 누군가 신경 써주는 그 무엇이라기보다, 스스로 진단하고 처리해야 하는 개인적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한국에서의 어느 날, 나는 감기에 걸렸을 때 사람들로부터 병원에 갔었냐는 질문을 받고 적잖이 놀랐다. 미국에서는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항상 그래왔듯이 그냥 혼자서 처리해야지”라고 생각했고, 혼자 알아서 버티려고 노력했다.

비정상의 눈 1/18

비정상의 눈 1/18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병원에 갔어요?” 라는 질문에 담긴 사람들의 잔잔한 관심과 걱정이 느껴졌다. 그 질문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 있었다. 또한 “옷 따뜻하게 입으세요!” “감기 조심하세요!”와 같은 말들을 서로에게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경우 이런 말들은 할머니가 손자 손녀들에게나 가끔 해주는 그런 말들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말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이 가진 따뜻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그런 문화가 말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문화로 “병문안”이라는 행위 또한 매우 따뜻하고 감동적인 관행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나는 처음으로 감기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친구들이 감기 걸린 내게 병원을 권한 결과 드디어 가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했고, 나의 몸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을 보낸 후 약을 처방해줬다. 그리고는 목구멍의 염증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증기가 나오는 기계 앞에 나를 앉혔다.

병원에서의 그 어떤 새로운 경험보다 내가 사실 진짜 놀랐던 점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혼자 버티다가 스스로 감기를 극복하는 것보다, 이런 곳에 와서 보살핌을 받는 것이 꽤 괜찮은 기분이 들더라는 점이다.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