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미국 공장 조지아주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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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기아차 사장(왼쪽)과 소니 퍼듀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13일 정몽구 회장(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아차 미국 법인인 KMA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기아차 제공]

기아자동차는 미국 공장 부지로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가 확정됐다고 13일 밝혔다. 2009년부터 가동될 이 공장은 연산 30만 대 규모로 레저차량(RV)과 승용차를 생산하게 된다. 기아차 미국법인인 KMA는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몽구 회장과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지아주 정부와 기아차 북미공장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웨스트포인트시에 12억 달러를 투자, 270만 평 부지 위에 90만 평 규모의 공장을 2009년까지 짓는다.

조지아주는 ▶공장 부지와 고속도로 등 인프라를 무상 제공하고 ▶고용 창출 지원금을 주며 ▶교육 훈련을 지원하고 세금을 깎아 주는 등 모두 4억10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다. 웨스트포인트시는 현대차 미국공장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 북동쪽으로 134㎞ 떨어져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함께 미국에 진출한 부품업체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아차 정의선 사장은 "현지 소비자들의 수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달 조지아주를 방문해 공장 부지 등을 둘러봤고, 주 정부가 제시한 토지 등기 이전 등 각종 투자 조건을 받았다. 기아차는 조지아주와 함께 미시시피주 콜럼버스시도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했으나, 인센티브 등 각종 여건을 감안해 조지아주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무역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선 현지 공장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기아차가 앨라배마에 진출한 현대차 부품업체와 협조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듀 주지사는 "공장이 성공적으로 건설되도록 하기 위해 조지아 주 정부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며 지원을 약속했다. 기아차는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2500여 명의 현지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김태진.김승현 기자

[뉴스 분석] 환율 하락 대비 현지 생산 불가피
부지 무상 제공에 토지 등기 혜택도

현대차그룹이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악화되는 환율 때문이다. 달러 환율 급락 등 대외 악재를 극복하고 2010년 '글로벌 톱4'에 올라서기 위해선 미국 현지 생산 체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차는 환율이 달러당 70원 떨어지면 ▶매출 8000억원▶영업이익 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달러 평균 환율이 950원 선에서 움직이면 이 같은 손실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기아차는 최근 환율 급락에다 현대차보다 떨어지는 브랜드 파워 등으로 수출에서 사실상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대형차인 오피러스를 20% 이상 할인 판매하는 등 대부분 차종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회사 최순철 부사장은 "환율 등 대외적 변수 때문에 미국 진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시한 미시시피주 대신 조지아주를 택한 것은 노조 결성 가능성이 낮은 데다 조지아주 정부가 기아차 이름으로 토지 등기를 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2009년 기아차의 해외 생산 규모는 중국 제1공장(13만 대)과 연말께 가동을 시작하는 유럽공장(30만 대),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중국 제2공장(30만 대) 등을 포함해 100만 대가 넘게 된다.

이때가 되면 수익성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아차는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까지 북미시장에서 ▶현대차 100만 대▶기아차 8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지 공장에서 60만 대(33%)를 생산해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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