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명의도용 최대 122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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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본지 2월 14일자 1면>

◆ 중국 업자들의 대규모 도용=경찰은 지난해 10월~올해 2월 14일 리니지의 신규가입 계정 167만 개에 대해 가입 때의 등록 e-메일과 접속 인터넷 주소(IP)를 분석한 결과 98만~122만 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명의 도용 계정의 IP는 모두 중국에서 접속됐다.

경찰은 국내 M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3000여 명의 회원정보가 유출된 사실도 밝혀내고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경로를 추적 중이다.

중국 업자들은 엔씨소프트 측이 중국 내 접속을 차단하자 보안이 허술한 국내 사이트를 해킹하거나 VPN(인터넷을 이용한 가상 사설망) 서비스를 통하는 우회 수법으로 리니지에 접속했다는 것.

◆ 엔씨소프트 수사=경찰은 엔씨소프트에 대해 개인정보가 도용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형법상 부작위에 의한 방조)를 적용할 방침이다. 엔씨소프트가 사법처리될 경우 명의 도용의 책임을 서비스 업체에 묻는 첫 사례가 된다.

경찰에 따르면 리니지 신규가입 계정은 지난해 9월까지는 월 8만~12만 명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월 17만~51만 명으로 급증했다. 중국에서 대량으로 가입하고 있음을 엔씨소프트 측은 알고 있었다는 것. 또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9월 경찰청에서 5만8000명의 명의가 도용된 사실을 통보받고도 별다른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IP에서 대량으로 계정이 생성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 있는데도 엔씨소프트는 이를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아이템 거래가 확인되는 대로 해당 계정을 경찰의 요청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폐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철재 기자

"계정 17만 개 폐쇄하라" … 중국 업자 반발 클 듯

경찰청은 13일 엔씨소프트에 게임 아이템 거래를 한 것으로 확인된 계정 17만5000여 개를 폐쇄하라고 요청했다. 모두 중국의 아이템 거래업자가 한국인 명의를 도용해 만든 계정들이다.

이들 거래업자는 보통 수십 명을 고용한 '리니지 아이템 공장'을 만들어 운영한다. 리니지 아이템을 모은 뒤 한국의 중개업자를 통해 내다 팔아 이익을 챙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명의 도용 사건은 지난해 9월 12만여 개의 계정 폐쇄로 타격을 입은 중국 거래업자가 손실을 보완하려고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5일 중국 언론이 '9.5 펑후(封戶.계정 봉쇄)사태'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사건이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아이템 거래에 이용된 중국 내 계정 12만여 개를 삭제하자 중국 네티즌이 반발한 것을 말한다.

이들은 주중 한국대사관에 수천여 통의 항의메일을 보내고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한국대사관을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국 업자들의 항의와 협박사태가 이어질 경우 '제2의 펑후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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