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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공학교육 정상화 도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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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수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 취업해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은 신입사원 연수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있다.

2004년에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연세대 공대는 매년 기업체 임원들을 통해 교육에 대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해는 신입사원들의 실무 능력이 창의적이고 문제해결 능력이 많이 우수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공학교육 인증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능력이 변화할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대학과 교수들의 주요 관심 중 하나는 연구업적이어서 교수들은 교육보다 연구에 치중했다.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강의 평가를 통해 개별 과목에 대한 개선은 가능했지만 그 결과가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의 개선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증 체제에선 교육과정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과학 기초과목과 전공과목 학점이 늘었다. 전공과목 학점 중 3분의 1 이상의 설계 경험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론보다는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팀워크, 의사소통 능력 등을 개발하는 경험이 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운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총괄평가부터 4년 동안 공학인으로서 갖춰야 할 능력을 성취했는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교육과정의 적정성 평가와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까지 이뤄지게 된다.

공학교육 인증에선 구성원들의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교육 개선 시스템 없이 교육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대학교육이 교수에 의해 주도됐다면 인증 체제에선 학생.졸업생.학부모.지역사회.기업체가 교육목적 선정과 교육내용 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대학은 그 결과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수와 관련 기업체가 함께 재학생들의 설계 과제를 선정.평가하며 인턴 기회를 제공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할 때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은 더욱 높아진다. 기업의 경쟁력도 현장 적응력을 갖춘 인재들을 채용할 때 한층 높아진다.

산학(産學)이 연구.지식 창출의 파트너뿐 아니라 교육 파트너가 될 때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공학교육 인증의 진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문겸 연세대 공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