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쾅 ! 아시아 넘어, 세계를 향해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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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김재걸·이승엽(오른쪽부터) 등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기뻐하고 있다. [애너하임=연합뉴스]

이제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아시아존'을 넘어 '월드 슬러거'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이승엽이 야구의 본토 미국에서 인상적인 홈런을 쏘아올리자 그를 그저 아시아에서 온 홈런타자로만 바라보던 본고장 야구 관계자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이승엽이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1라운드에서 세 방의 홈런포를 쏘아올릴 때만 해도 그건 '아시아존'의 홈런이었다. 그러나 지구촌 야구인의 시선이 모두 모인 13일(한국시간) 멕시코전 첫 타석에서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15승을 거둔 로드리고 로페스를 상대로 115m짜리 아치를 그려내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승엽의 홈런포가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하지 않겠느냐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지 중계방송에서도 이승엽이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2003년 시즌 56개의 홈런을 때려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홈런타자"라는 안내를 내보냈다.

미국 현지 언론 ESPN의 해설자 에릭 캐로스는 전날 이승엽을 만나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계약이 언제까지인가. 그 계약이 끝나면 미국에 진출하고 싶은가"라고 물었고, 이승엽은 "메이저리그는 영원한 내 꿈"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 뒤 "투수도 나도 모두 처음 맞붙는 상대였다. 1회 말 홈런 타구는 힘들여 쳤으면 파울이 되는 공이었다. 타이밍 위주로 가볍게 친다고 생각했는데 넘어갔다. 앞으로도 타이밍에 맞춰 가볍게 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4일 중국전에서 홈런 두 방, 5일 일본전 역전 결승 홈런에 이어 세 경기 연속 홈런포를 뿜어낸 이승엽은 홈런 4개에 9타점으로 13일 현재 WBC 참가 선수 가운데 애드리언 벨트레(도미니카)와 함께 홈런.타점 부문 공동선두에 올라섰다. 벨트레는 2004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인 홈런타자다.

애너하임=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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