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미수범, ‘심신미약’ 주장 통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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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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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이 “만취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남성이 범행 30분 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 때문이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임광호 부장판사)는 강간상해 혐의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20일 오전 3시 20분쯤 부산의 한 노래연습장 건물 4층 화장실 앞에서 B(당시 18세)양을 성폭행하려고 시도하며 수차례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린 혐의를 받는다.

A씨의 범행은 B양의 다른 친구에게 발각되면서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B양은 저항하는 과정에서 18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A씨는 법정에서 당시 만취 상태여서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했다며 양형 때 유리한 부분으로 검토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술에 취한 것은 맞지만, 성폭행 시도 30분 전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CCTV 영상에서 확인된 A씨의 범행 전후 모습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피고인이 미성년자였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은 유리한 부분이지만 친구인 피해자를 공공장소에서 무차별 성폭행하려 한점, 피해자가 받았을 신체적·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고려하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0대 국회에서는 주취감경 내용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일명 ‘조두순법’ 이발의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멈춰있다. 주취감경 조항을 일괄적으로 폐지할 경우 형법상 책임 주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지난 7일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음주감경폐지법을 조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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