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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야채 집에서 손수 기른다|농약 콩나물 사건에 충격…자가재배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가정주부 김정미씨(36·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는 지난 주말 서초동 원예자재상에서 2개의 플래스틱 꽃 상자와 야채씨앗을 사왔다. 베란다에서 직접 상치와 쑥갓을 길러 오염되지 않은 청정야채를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다.
남편이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반드시 콩나물국을 찾는다는 주부 박영희씨(42·서울 은평구 홍은동)는 최근 농약에 오염된 콩나물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아 콩나물 자가재배를 결심했다.
이렇게 식품류의 오염이 문제되고 일반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최근 가정에서의 손쉬운 청정야채 재배를 시작하려는 주부들이 늘고있다. 일반주택의 경우는 마당 한 옆을 이용하면 되지만 아파트나 흙 마당이 없는 주택에 사는 경우엔 야채재배를 위한 용기·흙·씨앗 등을 준비해야 한다.
용기로는 시중에서 팔고있는 플래스틱 꽃 상자·과일용 나무상자·화분·시루 등을 이용하면 된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야채의 재배를 위해서는 반드시 오염되지 않은 흙을 준비해야 하는데 대도시의 경우 이것이 쉽지 않다.
원예연구가 정서구씨(세원회 대표)는 오염의 염려가 없는 인조용토를 사서 배합해 쓰라고 권한다. 서울의 경우는 서초동·남대문·반포의 꽃시장이나 구파발·상일동 등에 주로 몰려있는 원예자재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야채재배에 적당한 인조 흙은 팥알크기의 질석인 버미큐라이트 3에 물이끼를 가공 처리한 피트모스 1, 화산암을 고온 처리한 팝콘부스러기모양의 퍼라이트 1을 함께 섞어 만들 수 있다. 그 위에 비료효과를 높이는 모래성분 제오라이트를 섞어도 좋다. 이러한 재료는 원예자재상에서 1천∼2천원짜리로 소포장하여 팔고 있는데, 필요한 만큼만 사서 섞어 쓰도록 한다.
상치·쑥갓 등의 엽채류는 화분의 흙 높이가 15㎝ 정도면 된다. 토마토·고추 등 열매가 달리는 식물은 최소한 25㎝의 흙 높이가 필요하다.
씨앗은 서울의 경우 종로 4∼6가, 말죽거리 등에 밀집해있는 종묘상에서 구입한다. 상치·쑥갓씨앗은 보통 1∼2평 넓이에 뿌릴 수 있는 분량의 소포장이 5백∼1천원. 반드시 햇씨앗을 구해야 잘 자란다.
씨앗은 하루정도 물에 불렸다 물위에 뜨는 것은 걷어내고 물기를 어느 정도 건조시킨 후 촉촉히 젖은 배양토에 뿌린다. 씨를 뿌린 위에는 씨앗의 2∼3배 두께로 흙을 덮는다.
흙 표면을 손바닥으로 골고루 눌러준다. 상치와 쑥갓은 어두운 곳에서 싹이 잘 나므로 신문지를 흙 위에 덮어 어두운 곳에 두면 5∼6일 뒤 싹이 튼다. 상치는 싹이 튼 후 물을 주어 5일쯤 지나면 본 잎이 나온다.
20일정도 자라 본 잎이 2∼3장 났을 때 1차 솎아내고, 다시 4∼5장 났을 때 간격을 띄어 이식한다. 햇살 밝은 베란다에 야채화분을 놓고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주며 1주일에 1회는 요소비료를 물로 희석해서 뿌린다. 상치는 옮겨심은 후 20일 뒤면 잎을 뜯어 먹을 수 있다.
콩나물은 최근 전기를 이용한 자동재배기(약 2만원선)가 나와있어 한결 재배가 수월하다. 그러나 시루나 화분 등을 이용해도 좋다. 시루바닥의 구멍을 물은 흘러내리되 콩이 빠지지 않도록 망사나 철망으로 막고 물을 받을 동이 위에 얹어 하루쯤 불린 콩을 앉힌다. 어두운 곳에 두고 하루 4∼5회 물을 준다. 4∼5일이면 먹을 수 있게 자란다. 콩은 반드시 알이 잔 나물용 콩을 골라야한다. <박금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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