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첫 암호화폐 걸그룹의 경고 "비싸게 사면 지옥, 메뚜기들 불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주정완의 글로벌 J카페] 세계 최초 암호화폐 걸그룹의 경고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를 테마로 하는 걸그룹이 일본에 등장했다. 이름은 ‘가소쓰카쇼조(假想通貨 少女)’, 우리말로 옮기면 ‘가상통화 소녀’다.

일본의 걸그룹 '가소쓰카 쇼조' 데뷔 #암호화폐 무모한 투자에 경고 메시지 #"비싸게 사면 지옥, 메뚜기들은 불타, # 막사들이면 안돼, 폭락이 올 거니까" #리더 나루세 "투기나 투자 권유는 안해, #정확한 지식을 엔터테인먼트로 알리고 싶어" #

일본의 암호화폐 걸그룹 '가소쓰카 쇼조'

일본의 암호화폐 걸그룹 '가소쓰카 쇼조'

멤버는 10~20대 여성 8명인데, 각자의 암호화폐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고 있다. 그룹의 리더인 나루세 라라(18)는 비트코인 캐시, 그룹의 막내인 고즈키히나타(15)는 리플을 자신의 ‘속성’이라고 소개하는 식이다.

이들의 대표곡은 ‘달과 가상통화와 나’라는 노래다. 일단 노랫말이 재미있다. 결코 암호화폐를 홍보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다. 노랫말을 들어보면 반대쪽에 가깝다. 투자위험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더 많다.

예컨대 무모한 투자자들에 대해선 “비싸게 사면 지옥이야, 메뚜기들은 불타 버려”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가자~! 하자~! 막사들이면 안돼, 폭락이 올 거니까”라고 지적한다.

최근 유행하는 암호화폐 공개(ICO)에 대해선 “신규 ICO, 전혀 연락이 없어, 사기를 조심해”라고 노래한다.

가상화폐의 특성에 대한 정보성 노랫말도 있다. 송금에 대해선 “기다리고 기다리다 입금계좌를 열었어, 예상보다도 송금이 쉬워서 기가 죽었어”라고 말한다. 암호화폐 채굴에 대해선 “열심히 채굴하면 전기료가 걸리네”라고 꼬집는다. “패스워드를 조심해, 같은 것을 쓰지 마”라는 내용도 있다.

이들은 만화 주인공처럼 얼굴에 컬러 가면을 쓴 채로 노래하고 춤춘다. 따라서 관객들은 걸그룹 멤버들의 얼굴을 전혀 볼 수 없다. 8명의 멤버 가운데 6명은 이름과 나이를 모두 밝혔지만, 2명은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가소쓰카쇼조’는 일본의 연예기획사 신데렐라 아카데미가 선보였다. 기획사 측은 공연 입장료와 물품 판매는 모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로만 결제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룹의 리더인 나루세 라라는 기획사 보도자료를 통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가소쓰카쇼조는 결코 투기나 투자를 권유하는 그룹이 아니다. 수많은 가상통화 가운데 엄선해서 정확한 지식을 엔터테인먼트로 알리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나루세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나이가 18세라는 점이 유일하다. 본명인지, 예명인지도 알 수 없다.

일본의 암호화폐 걸그룹 '가소쓰카 쇼조'의 리더 나루세 라라

일본의 암호화폐 걸그룹 '가소쓰카 쇼조'의 리더 나루세 라라

기획사 측은 “지금 가상통화 업계는 머니 게임으로 변화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저축이냐? 아니냐? 몇배가 될 거냐?’ 등의 욕심이 앞서면서, 이런 통화의 기술과 잠재력이 무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이어 “ICO 사기 같은 심각한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이들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쇼케이스에는 일본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노래와 춤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걸그룹이란 화제성 때문이다. 기획사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잘 먹혀 들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노랫말은 재미는 있지만 딱히 새로운 정보라고 할 것은 없다.

당연하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암호화폐 전문가가 아닌, 걸그룹이다. 암호화폐의 ‘암울한 폭락’을 예고하는 것도,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도 아니다. 재미있는 노래와 춤으로 대중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이들이 원하는 것은 열심히 공연하고 음반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이 얼마나 호응하느냐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