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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짜리 대남 보도문에 문재인 조롱·비방 25차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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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조롱과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남조선 당국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평양발 보도에서 문 대통령에게 '얼빠진 궤변'이나 '가련한 처지'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방전을 펼쳤다. A4용지로 채 3쪽이 되지 않는 보도문에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 표현이나 언급은 모두 25차례에 이른다.

문 대통령 신년회견에 "얼빠진 궤변 내뱉아" #"트럼프에 발라 맞추는 비굴한 처사" 비방도 #'최고위' 뺀채 '남조선 당국자'로 깎아 내리기 #북 평창행 논의 상황서 이례적인 극렬 비난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북한-덴마크 배구경기에서 나온 북한 응원단 [중앙포토]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북한-덴마크 배구경기에서 나온 북한 응원단 [중앙포토]

북한은 지난 10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문제삼았다. 중앙통신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당국회담 재개 등과 관련 "우리(북)의 아량과 주동적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화해의 극적인 분위기는 남조선 각 계층과 온겨례의 가슴을 한껏 부풀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화해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온탕치 못한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또 '남북대화 재개가 미국 주도의 압박효과'라고 평가한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가을 뻐꾸기 같은 수작을 늘어놓았다"고 비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에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든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 기자는 결국 질문권을 얻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손에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을 든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이 기자는 결국 질문권을 얻었다. [연합뉴스]

중앙통신은 한·미 대북공조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을 겨냥해 "상전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가련한 처지라도 이렇게까지 무례하고 우매한가"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또 "(트럼프에) 주제넘게 발라 맞추는 비굴한 처사는 눈뜨고 못볼 지경"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밤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지칭했다. 남북 관례상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일컬을 때는 '최고위급 당국자'나 '최고 수뇌부'라는 표현을 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 '당국자' 수준으로 호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1일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이날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해 다수 북한 매체들이 대남비난을 하지 않아왔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1일 게재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이날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해 다수 북한 매체들이 대남비난을 하지 않아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이 같은 극렬한 비방과 폄훼는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입장을 밝히고, 남북 당국 대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김정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관영매체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실상 김정은의 속내를 대변한 셈이란 측면에서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는 대내외 보도를 '공화국 정부(북한 정권)'의 공식 입장으로 간주한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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