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인터넷 믿다가 … 염증성 장 질환 모르는 환자 44.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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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리포트 윤혁·양석균 교수 공동 연구팀

염증성 장 질환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완치보다 증상과 염증 조절, 합병증 예방을 목표로 치료·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병에 대한 환자의 올바른 인식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주로 인터넷 등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얻고, 그 결과 절반가량은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양석균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5년 10~11월 2개월간 200명의 염증성 장 질환자(크론병 환자 120명, 궤양성 대장염 환자 80명)를 대상으로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새로운 평가 도구(IBD-KNOW)를 적용한 결과를 발표했다.

염증성 장 질환은 영양소를 소화·흡수하는 위장관에 염증이 끊임없이 생기는 병이다. 일상화된 복통·설사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현재까지 완벽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아 환자 스스로 식이요법 등 식생활 습관을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염증성 장 질환 진단을 받으면 환자가 얼마나 질환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설문을 통해 평가한 뒤 치료와 예방 교육에 활용한다.

새 평가 도구로 환자 200명 인식 조사

한편 기존의 평가 도구(CCKNOW)는 1999년 개발돼 최신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고 영국에서 들여온 번역본이라 선택지가 “스트레스와 감정적인 사건은 궤양성 대장염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동 연구팀의 ‘IBD-KNOW’는 “염증의 재발을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 제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등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문장을 사용하고 약물복용·합병증 등 분야별로 지식 수준을 평가할 수 있게 개발한 점이 특징이다.

 공동 연구팀이 각각의 평가 도구를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기존보다 ‘IBD-KNOW’에서 답변의 정확도와 질이 좋게 나왔다. 그러나 염증성 장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평가인데도 전체 정답률은 55.7%에 불과했다. 예컨대 염증성 장 질환자들은 흔히 커피·동물성 지방을 먹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런 음식은 질환 악화와 관계가 없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염증성 장 질환자는 질병 정보를 의사(77%) 다음으로 인터넷(72.5%·중복응답)에서 얻었다. 의사 등 전문가 의견 못지않게 인터넷 등에 나온 부정확한 정보를 신뢰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며 “병과 관련된 정보를 광고나 오류 확률이 높은 인터넷에서 찾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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