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관 콘서트 "쏠쏠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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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7시30분 제494회 서초금요음악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서초구민회관. 무대 장식도 없는 소박한 공연장이지만 800석의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여느 공연장과 달리 아기를 안은 엄마도 눈에 띈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서울오라토리오가 꾸민 이날 공연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90분 만에 끝났다.

서초.강남구민회관이 매주 개최하는 무료음악회가 인기다. 서초금요음악회는 12년 동안 공연을 계속해 다음달 21일 500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강남구의 목요상설음악회도 265회를 맞았다.

◆ 금요일마다 수준급 공연이 무료=1994년 3월 시작한 금요음악회의 출연진은 유명 음악회에 뒤지지 않는다. 장일남 한양대 명예교수, 임웅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인혜 서울대 교수 등 쟁쟁한 음악가들이 단골 출연진이다. 성악.오케스트라 연주.오페라.뮤지컬은 물론 국악까지 다양하게 꾸며진다.

하지만 입장료는 없다. 서초구민이 아니어도 상관없고 지방에서 온 관객도 많다. 출연자가 해설도 해준다. 아기가 칭얼대면 음악을 감상하다가도 엄마는 잠시 홀에 나갔다 다시 들어가면 된다. 구청은 300여 명의 관객에게 매주 e-메일을 보내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음악회는 주민들에게 한결 친숙하게 느껴진다. 서초구청 최길제 팀장은 "서초구에서 살다 분당이나 과천으로 이사 간 뒤에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매주 출석하는 열성파도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금요음악회의 올해 예산은 1억2000만원. 공연자들이 교통비.악기 운반비.식사비 정도만 받고 출연하기 때문에 이 액수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김인혜 서울대 교수는 "신출내기 음악인이 관객과의 교감이 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자들에게 출연하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사회자.안내자는 자원봉사자들이 맡는다. 3일 무대에 선 '김자경오페라단'의 최승우 이사는 "관객들의 호응이 좋고 유명 음악가들도 서고 싶어하는 무대"라면서 "그러나 출연료가 짜기로도 유명하다"고 웃었다.

◆ 어린이 위주의 목요음악회=강남목요상설무대는 1999년 1월 시작됐다. 연극.뮤지컬.오페라.마당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교육적 공연'을 추구하지만 구민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조사해 프로그램을 짤 때 반영한다. 김용배 사장은 "두 구청의 음악회가 장수하는 것은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구민회관에 오면 음악회가 열린다는 인식을 심어준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끔 유명 음악가를 유치해 관객몰이를 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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