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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 까발리고, 생리를 탐구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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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호 06면

이번 주 극장가에는 여성 관련 다큐멘터리 두 편이 연달아 개봉한다. 고부갈등을 날 것 그대로 담은 ‘B급 며느리’(17일 개봉)와 생리 이야기를 다룬 ‘피의 연대기’(18일 개봉)다. 어찌 보면 일상적인 주제를 다뤘는데, 두 다큐멘터리 모두 신선하다. 수면 아래 있던 이슈를 밖으로 꺼내 놓고 제대로 살핀 까닭에서다. 특히 관찰 카메라에 가까운 ‘B급 며느리’의 현장성, 생리의 역사부터 각국 여성의 생리용품까지 훑는 ‘피의 연대기’의 탐구력에 주목할 만하다.

여성 다큐멘터리 2편, ‘B급 며느리’ ‘피의 연대기’

‘B급 며느리’의 주인공 김진영(36)씨는 감독의 아내다. 갈등 대상은 감독의 어머니다. 선호빈 감독은 자신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고부갈등과 그 사이에 껴 있는 자신을 적나라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고성이 오가는 현장을 촬영하게 된 계기는 아내이자, 주인공 김씨의 부탁 때문이었다. “시어머니가 상처되는 말을 해놓고서, 당신 앞에서 안 했다고 잡아 떼니 증거를 남겨달라.” 일종의 ‘채증(採證)’으로 시작한 영상은 주변 사람들의 호응에 힘입어 어엿한 다큐멘터리가 됐다.

감독 스스로 “자신을 갈아넣어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고부간 싸움 수위가 세다. 우선 결혼했는데 이유 없이 계급 강등을 당한 것만 같은 며느리의 정면승부가 매섭다. “명절에 왜 며느리만 설거지를 하느냐” “내가 보기 싫으면 손주도 못 본다”고 말하며 시댁행을 거부하는 며느리라니. 맞서는 시어머니도 만만치 않다. 며느리의 역할로 “명절ㆍ제사 때마다 집안 대소사를 챙기고, 시아버지ㆍ시어머니ㆍ시동생의 생일을 모두 챙겨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김씨에게 며느리는 자신이 가진 많은 모습 중 하나이고, 시어머니에게 김씨는 며느리일 뿐이라는 것에서 갈등은 시작되고, 커지고 있다. 시사회장에서 선 감독은 “결혼하면서 이런 고부갈등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원망도 많이 했는데 제 다큐멘터리가 교육용으로 쓰이길 바란다”며 말했다. 김씨는 “짜증나서 짜증난다고 표현했을 뿐인데 많이 통쾌해 하셔서 내심 이런 표현도 못하고 사는 며느리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가족 안에서 역할과 기능에 집착하며 서로 대하기보다 개인과 개인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며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피의 연대기’는 일종의 “월경 위키피디아”(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조혜영 프로그래머)같다. 김보람 감독은 생리가 왜 부끄러운 일이 됐는지, 다르게 피 흘릴 방법이 없는지를 해외 취재와 방대한 아카이브를 찾아가며 탐구한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열두 번, 평생 최소 400번의 생리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다.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 서두에서 “지금 전세계에 자유롭게 피 흘리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사실을 구글 검색만 해도 알 수 있어 제작 초기에 놀랐다”고 전했다.

한국만 해도 저소득 계층 소녀들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깔창 생리대’를 쓴다고 해서 논란이 됐고, 지난해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많았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2016년 6월 공립학교, 노숙인 보호소, 시립 교도소에 생리대와 탐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생리를 하지만, 건강하고 자유롭게 생리하기 위해 세계 여성들은 지금도 분투하고 있다. 이런 일환으로 해외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는 생리컵, 스폰지 탐폰, 소프트 컵, 해면 탐폰, 핸드메이드 탐폰 등 다양한 생리용품을 알려줘서 유익하다. ●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영화연구소ㆍ킴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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