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왜 예쁜 한국 숙녀가 대북협상 안하나” 발언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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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정보기관에서 인질 정책 분석가로 일하는 한국계 여성에게 ”왜 ‘예쁜 한국 숙녀(pretty Korean lady)’가 대북협상 분야에서 일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느냐”는 식으로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미 NBC “한국계 인질협상 전문 女 정보요원에 출신지 물어” #더 힐 “아이티, 엘살바도르, 아프리카 국가는 ‘거지소굴’로 지칭”

미 NBC뉴스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인종과 민족에 대한 발언으로 예법을 어긴 역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소개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이 여성은 지난해 가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키스탄에 장기 억류된 가족의 석방 문제에 관해 브리핑했다.

브리핑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게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고, 그는 “뉴욕”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같은 질문을 하자, 그는 “맨해튼”이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출신지를 댄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NBC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부모의 고향이 어디냐는 취지로 다시 질문한 것”이라며 “되돌아온 대답은 트럼프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네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자, 이 여성은 부모가 한국 출신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 있던 고문에게 고개를 돌리며 “예쁜 한국 숙녀”가 왜 트럼프 정부를 위해 북한과 협상하는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가 어느 민족 출신인가에 따라 그녀의 경력이 결정돼야 한다는 식인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도 ‘트럼프가 예쁜 한국 여성 분석가에게 북한 업무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이 여성은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외교가 아니라 인질협상을 훈련받은 분석가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이라고 비하하는 등 과거에도 숱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9일 백악관에서 몇몇 여야 의원들과 이민정책 관련 회의를 하면서 아이티와 엘살바도르,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를 겨냥해 “우리가 왜 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아니라 거지소굴에서 온 사람들을 모두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유엔은 트럼프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아이티 정부가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험한 말은 했지만, 거지소굴이라는 표현은 그때 입에 올린 말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의 딕 더빈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언급할 때 악의적인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NBC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종류의 언어를 자주 사용한다”면서 “주위 사람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종종 만류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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