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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확장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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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내년 입주예정인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시범단지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박모(40)씨는 최근 분양업체에서 보내온 발코니 확장 안내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용을 평당(확장면적 기준) 100만원대로 예상했는데 공사비가 평당 300만원 이상이었다. 박씨는 "지금 비싼 돈을 들여 하는 게 좋은지, 입주 후 따로 하는 게 나은 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비용이 만만찮다. 새로 분양하는 단지의 확장비용보다 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입주 예정자들이 확장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비싸기는 하나 안전하게 시공업체에 맡길지, 다소 번거롭더라도 준공 이후 개별적으로 할지 저울질을 하는 사람이 많다.

평당 250만~350만원에 '악소리'=지난해 12월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한 뒤 확장형을 선택품목으로 분양하는 단지들이 늘면서 새 아파트의 확장비용은 가닥을 잡았다. 한 평을 확장하는 데 100만~200만원 든다. 11일 견본주택 문을 연 경기도 하남시 풍산 동부센트레빌 32평형의 확장비용은 1630만원이다. 확장면적은 8.4평으로 평당 194만원꼴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집구조.자재 등에 따라 확장비용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의 확장 비용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입주를 1년 정도 앞두고 난방공사에 들어갈 단계여서 확장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단지들이 견적을 뽑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확장면적 기준으로 평당 250만~350만원으로 보고 있다.

직접공사비 외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비싼 것이다. 확장을 위해 다시 뜯고 공사해야 하는 경우 철거비까지 든다. 난방용 배관의 용량을 키우고 지역난방 분담금도 추가로 내야 한다. 설계변경에 따른 설계비.하자보수비용 등 간접비도 포함된다.

이들 비용은 전체 단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확장하지 않는 집의 몫도 확장하는 집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가구당 비용은 확장 희망자가 적을수록 늘어나게 마련이다. 희망자가 전체의 80%에서 30%로 줄어들면 비용은 두 배로 늘어난다.

개별난방 단지는 지역난방보다 평당 50만~100만원 싸다. 인천에서 개별난방 방식의 아파트를 짓고 있는 D건설 관계자는 "지역난방 분담금 등이 없어 지역난방 방식보다는 적은 평당 200만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확장 많지 않을 듯=인테리어 업체들은 발코니 확장 비용으로 평당 100만~120만원을 제시한다. D업체 관계자는 "정부 기준에 맞춰 30평형대에서 8평 정도 확장하는 데 800만~1000만원이 들어간다"며 "공사 중인 단지의 간접비 등이 빠지고 아무래도 건설업체보다 싼 자재를 쓰다 보니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고 말했다. 준공 후에 확장하면 취득세 등도 물지 않는다. 업체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두세 배 저렴해 입주예정자들로선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확장을 원하는 입주 예정자들이 예상보다 줄어들고 있다. C건설 관계자는 "올 초 확장비용을 제시하지 않고 설문조사했을 때는 60~70%가 확장을 원했는데 금액을 보고는 20% 정도로 떨어졌다"며 "비용에 많은 부담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E건설이 수도권 단지의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확장 희망자가 30%에 그쳤다. 서울 강남구지역 재건축 단지는 확장을 원하는 조합원이 적어 준공 후에 개별적으로 하기로 했다.

건설업체들은 확장 희망자가 적으면 사업계획변경 등의 번거로움과 공사기간 지연 우려 등을 안고 공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동탄 시범단지 입주 예정자들에게 "30% 이상 동의할 경우 견본주택을 만들어 도면.비용을 확인해 확장계약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개별 단지의 사정을 보고 결정하겠지만 신청자가 20% 이하면 공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 후 개별적으로 할 경우 난방 열효율과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하더라도 분담금을 물고, 확장하려는 가구가 대략 30% 이상이면 난방배관 등을 바꿔야 한다"며 "난방배관 등 공용시설 교체는 준공 후보다 공사 중에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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