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돌덩어리”라는 박상기 장관…돌이 실제 화폐로 쓰이는 곳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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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BS '세계테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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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를 ‘돌덩어리’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반발 글들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돌덩어리를 화폐로 사용하는 섬이 있어 눈길을 끈다.

미크로네시아의 캐롤라인 군도의 얍(Yap) 섬사람들은 커다란 돌을 화폐로 사용한다.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의 돌에 구멍을 뚫어놓은 돌은 ‘부의 상징’이 된다.

우리가 보기엔 흔한 돌이지만 이것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희소성’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 돌을 채취하기 위해 섬에서 남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팔라우까지 배를 타고 가 대나무 뗏목에 돌을 싣고 왔다. 돌에 구멍을 내고 운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를 지니는 행동이 된다.

[사진 EBS '세계테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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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 섬의 주민은 땅에 놓인 돌 화폐를 소개하며 “굉장히 비싸다. 집 세 채는 살 수 있다”며 “이 돌 화폐 한 개로 여자 5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돌 화폐의 가장 큰 단점은 휴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돌을 자리에 둔 채 섬 주민들에게 자신의 것임을 인정받는다. 마을 입구에 있는 2m짜리 돌은 갑돌이 것이고, 모래사장 동쪽에 있는 3m짜리 돌은 을순이 것이라는 식이다.

[사진 EBS '세계테마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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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해 보이지만 이를 통해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기술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돌이 화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블록체인 기술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거래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신뢰를 담보해 미래 화폐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중앙포토]

블록체인. [중앙포토]

박 장관은 “개인과 개인이 아무 쓸모 없는 돌덩어리를 놓고 좋은 거니까 사라고 하고 샀다고 해도 그걸 막을 순 없지만,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를 돌덩어리로 봤지만, 개인과 개인의 거래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소 폐쇄에 대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1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기 과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거래소 폐쇄 문제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한 발짝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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